외로움의 극복
점심시간에 맛 집이라고 알려진 기사식당에 밥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주차장에는 택시들로 차있고 식당 안에는 택시기사 분들이 한사람씩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다. 일반 식당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이였다. 나도 주문을 하고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외로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구나… 대형병원에서 단체생활을 해보지 않은 우리 일반 구멍가게이자 가내수공업인 작은 치과의원 원장들만 외로운 게 아니구나….
혼자서 밥 먹기가 싫어 주위 원장님들과 같이 식사도 해보고, 직원들과도 먹어보고, 도시락도 들고 다녀보고… 치과의사 생활이 3개월 후면 19년이 되어가지만 지금도 점심시간이 되면 누굴 꼬셔 같이 밥을 먹나 고민한다. 점심시간만 외로운 것이 아니다. 진료실 골방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환자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져 가는 요즘에는 외로움을 뛰어넘어 해탈의 경지에 이를 지경이 되었다. 그래도 주위 선배, 후배님들 중에는 항상 웃고 다니시고 즐겁게 사시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을 보면 그분 나름대로의 인생 즐기는 방법이 있다. 어느 나라 속담에 ‘인생에서 가장 재밌는 것을 직업으로 갖지 말라’는 말이 있다. 가장 재밌는 것은 취미로 즐기라는 뜻일 것이다.
나의 취미는 수중사진촬영이다. 바닷가에서 자라서인지 물속에서 노는 게 즐거웠다. 대학 때까지 여름방학이면 아침 먹고 나가서 저녁 해가 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바다를 쳐다 볼 때도 있었다. 16년 전 수중카메라를 샀다. 바다 속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카메라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수중사진이 나올 때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누군가에게 배우면 빨리 알겠지만,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수중사진은 카메라를 잘 다루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수중에서 자신이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는 물속 적응력도 갖추어야 찰나에 가까운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뛰어난 촬영기술을 갖고 있다고 해도 바닷속 환경이 좋지 않으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그때는 물속에 들어간 그 자체로 만족해야만 한다. 지금도 꿈을 꾸면 바닷속에서 고기떼들을 따라 유영하는 꿈을 꾼다. 이렇게 한 가지 취미를 심취해서 즐기다 보니 특혜도 많이 받았다. 해양수산부에서 독도 자료집을 만들 때 참여해 독도 바닷속 촬영도 해보았고, 내년에는 터키에서 열리는 세계촬영대회에 국가대표로 선출되는 기쁨도 누리게 되었다.
취미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환자들과의 관계보다 훨씬 재밌고, 사람만나는 즐거움을 준다. 시간적,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업을 더 잘 하기 위해서라도 자신만의 취미를 즐겨야 한다. 그리고 평소에도 그 취미를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 꾸준한 공부와 정보를 모으는 그 자체만으로 만족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치과의사가 본업이 된 이상 평생 동안 환자 보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골방에서의 외로움을 해결해줄 자신만의 취미를 갖고 지속적으로 즐기다 보면 그 분야의 달인도 될 수 있다.
오늘도 나는 책상에 수중촬영장비를 만지면서 주말 강원도 양양 앞바다 수중을 유영하는 생각에 빠진다.
김광회
수원 웰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