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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5번째) ‘아빠와 나’

‘아빠와 나’


지금은 어린이들이 거의 대부분 다니는 유치원이 내가 어린 시절은 흔하지 않았다. 친구들은 거의 형제들이 4~5명은 되는 시절에다가 흔히 집안에서 어머니께서 어린 자녀들과 가족들을 챙기시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 시절 유치원에 다니는 것은 일종의 사치였고, 셋째인 막내동생이 태어나기 전 연년생으로 태어난 남매중에서 나는 장녀라는 특권(?)으로 부모님께서 다니시던 교회의 부속 유치원에 다니도록 배려하셨다. 그런데 유치원에 신나게 다니던 나와는 달리, 교편을 잡고 계신 어머니께서 유치원에 다니도록 나를 배려하여 주시는데는 많은 수고가 따랐다. 시시때때 잘 다린 유치원 교복은 물론이고 계절이 바뀌면 달라지는 유치원 교복 챙기시기, 재롱잔치와 소풍갈 때면 이것저것 배려하시기, 친구들에게 뒤지지 않는 귀여운 머리모양이랑, 머리핀 등등….


여하튼 여자아이라서 매우 손이 많이 갔던 것 같다. 유치원의 큰 행사는 단연코 생일잔치이다. 생일잔치에는 그 달에 생일이 있는 아이들에게 유치원에서 생일상을 차려준다. 그리고 여자아이는 유치원에서 제공한 예쁜 족도리를 쓰고, 집에서 챙겨온 한복을 입어야 한다. 남자아이들은 양복을 입고, 와이셔츠도 입으며, 나비넥타이를 제공받는다. 그리고 무대에 올라서 생일날을 기념하여 미리 연습해 둔 노래를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중앙의 생일상에서 주인공으로 상을 받는 그 달의 생일잔치의 아이들은 케익을 자르고, 생일상의 양옆으로 오른편, 왼편으로 길게 늘어선 하얀 상보가 씌워진 상위에는 다른 원생들이 각자가 자기 집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챙겨와서 먹곤 하였다.


그런데 그날이 되면 항상 매달 꼭 사고가 발생하였다. 해당 달에 생일이 아닌 아이들 중에서 미처 집에서 도시락을 챙겨오지 못한 아이들이 한 두명이 있었고, 그 아이들은 꼭 울음을 터뜨려서 선생님께서 달래주시곤 하셨다.


그러니까 그 어느 달 그날이 생일잔치가 있었던 그날이었던가 보다. 주인공들은 때때옷에다 양복으로 공주나 왕자처럼 멋지게 차려입고서 중앙의 화려한 생일상을 받고, 생일상 양옆으로 늘어선 긴 식탁에 다른 원생들이 각자의 도시락을 꺼내어 앉아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그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날이었다. 영문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냥 빈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과는 뭔가 다른 소외된 내 모습에 너무나도 서러운 맘에 울음이 왕 터졌다. 선생님들께서 오셔서 달래주셨지만, 영 울음을 끄칠 기미가 없었다. 계속 울고 있다가 한번 눈을 떠보았는데, 마침 유치원의 바깥 창 너머로 우연히 집사로 교회일로 오셨던 아버지께서 울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서는 다시 눈를 감고 더 울기 시작하였다. 조금 후 유치원 선생님께서 눈을 떠보라고 하시는데, 그때 내 눈앞에는 그 당시 흔히 볼 수 없던 귀한 밀감통조림이랑, 빵이 놓여있었다. 아버지께서 사가지고 오신 것이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면서 달래셨다. 지금은 아버지께서 하나님 곁으로 가셨지만, 그 후로도 그때 일을 때때로 생각하면 아버지는 마침 소외된 어린 양인 내게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천사라는 생각이 들곤하였다.

  

김미자
부산 진구보건소 구강건강증진실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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