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기획 영리병원, 요람을 흔드는 ‘검은손’
“영리병원 도입땐 치과의료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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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의 의료질서를 어지럽히는 핵으로 꼽히는 일부 피라미드형 치과가 유사 영리법인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영리병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당·정·청에서 영리병원과 관련된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한편 방송사, 언론사 등 대중 매체에서도 영리병원과 관련된 보도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치과계 뿐만 아니라 온 나라의 이목이 영리병원에 집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의료법에서는 의료인과 비영리법인에 한해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영리병원이든 비영리병원이든 수익 활동을 하는 점에서는 같지만 자금을 모으고, 이윤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분명 차이점이 있다. 비영리법인의 경우 주식회사처럼 이윤을 노리는 자본이 투자를 할 수 없으며, 이윤이 발생하면 인건비, 시설 투자 등 내부 투자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영리법인은 투자자를 모으고 이윤을 투자자에게 배당할 수 있다.
박형근 제주의대 교수는 “기존의 병원도 영리를 추구하지만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영리성이 더 강화되고 심화된다”며 “이로 인해 국민의료비가 증가되고, 보험료가 상승되며,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돼 우리나라 의료보장제도의 위기가 빠르게 온다. 합법적으로 대기업의 자본이 들어오고 결국 민간보험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영리병원 어디까지 왔나?
이미 영리외국의료기관 개설 허용
규제 풀고 빗장 더 열려는 속셈
(29일 현재) 영리병원과 관련된 최대 이슈는 국회에 계류 중인 제주도 특별법 개정안과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다. 왜냐하면 이들 특별법에 영리병원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은 지식경제위원회에, 제주도 특별법은 행정안전위원회에 각각 계류돼 있다. 경제자유구역이 전국에 6개 있고 대부분 광역 단위에 경제자유구역이 산재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위력은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주도 특별법의 경우 반대가 거세지자 성형, 피부, 진단, 임플랜트 분야 등 특정 진료 분야만 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치과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실상 영리의료법인은 이미 허용된 상태다.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한해 투자개방형 외국의료기관을 설립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한해 이미 투자개방형 외국의료기관이 설립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으므로, 이는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이 아니다”라며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의료산업 육성을 위해 국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도 허용하기로 한 상태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제주도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개정안은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절차를 구체화하고 원격의료 등 운영상 특례를 부여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영리병원 도입이 논의된 것은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이 나오기 시작하면서였다. 당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전용 병원이 들어서면 영리병원 도입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정부는 외국인 전용일 뿐이라며 반대논리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