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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기획] 영리병원, 요람을 흔드는 ‘검은손’ Ⅰ. 영리병원, ‘치킨게임’의 전주곡(11면)

"돈되는 진료만" 영리병원 폐해 심각

환자유인ㆍ과동한 인센트비제 집중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에도 이미 외국인 영리법인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다.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법 입법 당시 내·외국인의 제한 없이 영리법인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했으나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로 외국인에게만 영리법인병원의 설립을 허용하는 것으로 한정해 매듭지었다.


그러나 수익성이 낮아 외국인 투자자가 나서지 않자 정부의 입장이 점차 바뀌기 시작해 특혜를 주자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2004년 12월 말에는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2007년 12월 통과된 경제자유구역법안에서는 영리병원 설립 주체를 국내 의료법인까지로 확대했다.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처음 영리병원 허용 문제가 나왔을 때 시민단체가 염려했던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다. 외국인이 설립해 외국인만 진료하겠다는 것에서 국내 자본을 끌어들이고, 내국인 진료도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게다가 경제자유구역이 6개로 확대돼 전국에 영리병원이 허용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 불법 네트워크 치과 가장 저급한 영리병원 행태
  편법·불법 행위 “의료법 기본정신에 왜곡”


최근 본지가 치과의사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려 90%가 영리병원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최근 치과계에서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일부 피라미드형 치과의 폐해가 결국 영리병원 허용시 본격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국 시민단체에서 줄곧 주장해온 영리병원 반대 입장과 치과계의 영리병원에 대한 저항의식이 정확히 일치해 ‘공집합’을 만든 것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의료가 기업형으로 변해 영리를 추구하는 형태로 가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 의료법의 기본정신이다. 편법, 불법적인 영리행위는 옳지 않다. 국민들에게 올바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큰 반향을 일으킨 MBC PD수첩에서는 영리병원과 불법 네트워크 치과를 연계하면서 영리병원의 폐해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줬다.


PD수첩은 불법 네트워크의 과잉진료, 비의료인에 의한 진단, 발암물질 재료 사용, 명의도용 계좌거래를 통한 금융실명제법 위반, 무료 스케일링을 활용한 유사 환자유인행위, 과도한 인센티브제도 등을 지적했다.
치협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수의 무자격 치과기공사 아주머니까지 낮은 임금으로 고용, 발암물질로 가득찬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시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김철신 정책이사는 “기업적이고 극단적인 영리추구만을 위해 의료가 수단으로 이용될 때 의료행위가 어떤 형태로 왜곡될 수 있고 얼마나 심각한 폐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며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우리나라 치과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용산구에서 26년째 개원하고 있다는 한 치과의사는 “내가 개원할 당시만 해도 치과가 포화상태라고 했는데 지금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개원환경 속에서 살고 있지만 현재 치과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빠른 시간 안에 치과계 내부의 자정기능이 회복돼 좀 더 건전한 개원문화가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철민 서울지부 회장은 “의료인은 헌법이 정하는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대신에 공익적인 제한을 둔다”며 “일부 피라미드형 치과가 유사영리법인의 가장 저급한 형태라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고 영리병원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미국 비영리법인이 의료질 오히려 더 좋아
    동남아 의료관광은 저렴한 인건비 때문


영리병원을 허용하자는 찬성론자들은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아지고, 가격은 하락하는 반면 의료서비스의 경쟁력은 강화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의료선진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병원은 대부분 모두 비영리병원이고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된 미국에서도 비영리병원이 최우수병원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US News & Report’에서 발표한 2004년 미국 베스트 병원 분석결과 랭킹 14위까지 영리병원은 단 한곳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위 존스홉킨스병원, 2위 메이요클리닉, 3위가 메사추세츠병원이었지만 이들은 모두 비영리병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또 미국소비자 리포트에서 분석한 결과 비영리병원의 경우 의료수익의 90%를 환자에게 사용했으나 영리법인은 79%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광고와 투자자 배당금으로 할당됐다. 1인당 진료비는 약 10% 가량 영리병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력도 비영리병원이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인센티브제도에 대해서도 비영리법인은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형근 제주의대 교수는 “메이요 경영클리닉에 대해 알고 감동받았다. 메이요클리닉에서는 절대로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며 “인센티브를 주면 오히려 환자에게 과잉진료를 하게 되고 결국 고객들에게 불신을 야기해 브랜드가치가 떨어져 ‘마켓셰어’가 줄어든다는 것이 경영철학으로 잡혀 있다”고 말했다.


영리병원을 통한 의료관광 활성화론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박형근 교수는 “의료관광 열풍의 진원지가 미국과 같은 의료 선진국이 아닌 태국이나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이라며 “동남아에서 의료관광이 성공한 비결은 한마디로 가격이다. 동남아 국가들이 의료관광에 성공한 이유는 병원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가격경쟁력에서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데 이를 두고 국내 영리병원 허용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안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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