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이어라
이슬람교 첫 예배 소리인 파스로의 아잔소리에 눈을 떴다. 새벽 4시 30분이다. 아마 이 시간이 가장 신선하고 힘이 샘솟는 시간인가 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쪽 78Km 떨어진 사당지역으로 의료봉사를 간 첫날 새벽에 울려 퍼진 코란기도 소리다.
익숙치 않은 우리에게는 귀에 거슬리고 피곤한 몸에 짜증이 난다. 이 기도는 모든 이슬람교도라면 의무적으로 하루에 다섯 번씩 하는 기도 중 첫 번째 기도란다.
우리에게 이슬람교하면 중동이 생각나고 중동하면 전쟁과 테러가 떠오를 정도로 이슬람교에 대해 무지하다. 또 이슬람교하면 한 손에는 코란 다른 손에는 칼을 든 호전적 종교로 각인 되어 있다.
그런데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다섯 번씩 인류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기도를 한다니 좀 혼란스럽고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60억 세계인구중 11억 인구가 이슬람교도라니 우리가 이슬람교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고 몰이해 했던 게 아닌가 생각 된다.
특히 인도네시아 이슬람교는 인도네시아 인구(2억5000명)의 88%를 점하고 전체 이슬람교도 중 10%가 넘는 1억5000명이라고 하니 인도네시아 이슬람교야 말로 세계적 종교이고 잘못 된 우리 생각을 바꾸어야 할 종교 인식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이슬람교는 중동의 근본원리주의자와는 달리 다소 자유스럽고 개방적이어서 여자들의 히잡도 중동의 차도르와는 달리 자유분방하게 착용하고 있다. 하여간에 인도네시아 이슬람교는 인도네시아의 정신적,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힘이다.
해외진료를 위해 우리가 도착한 곳이 사당지역에 진출한 ‘다다 코리아’라는 한국기업이다.
‘다다 코리아’기업은 20여 년 전 이곳에 진출해 모자를 만들다 지금은 니트를 주로 만드는 사당지역의 중견기업이다. 직원 수가 7000명이 넘고 제봉 대수가 3500대가 넘으며 한 달 인건비가 2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한국인의 긍지와 근면함이 엿보이는 곳이다. 인도네시아 사당지역에서 ‘다다 코리아’는 지역경제의 중심이고 향후 인도네시아 발전의 큰 힘이다.
60~70년대 한국의 모습을 ‘다다 코리아’에서 새롭게 보면서 60~70년대 우리 누나들의 애환과 희생의 힘을 한 부분 적어 본다.
“내 누나는 중학교도 나오지 못했다.
매일 대우실업에 나가 봉제 일을 해야만 했다.
하루의 끼니가 걱정이니 학교는 엄두도 못 냈다.
그래도 집안에 아들 하나는 공부를 시켜야 한단다.
난 누나의 희생과 덕분에 대학을 갔다.
그때 난 누나의 힘이 무엇인지 몰랐다.
다만 그려려니 했다.
누나의 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벌도 없고 돈도 없으니 평범한 사람과 결혼을 할 수밖에….
결혼생활 역시 힘들고 빠듯하기는 매 일반이다.
그래도 네 아이를 모두 대학에 보냈고 지금은 중견회사에 간부급으로 있다.
그러는 동안 내 누나는 칠순을 넘어 팔순을 바라본다.
내 누나에게는 어떤 힘이 있었단 말인가?”
의료봉사 둘째날 아침 7시, ‘다다 코리아’ 정문에 7000명의 인도네시아 누나들이 몰려오고 있다.
해외진료봉사는 환자 수와의 전쟁이다.
몰려오는 환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진료를 볼 수 있을까가 문제이다.
이곳 환자들의 구강상태는 말로 형언하기가 힘들다. 구강 내 치석이 치아 전체를 도배한 것 같고, 형태학적으로 치아 뿌리가 2~3mm 길어 발치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도 앞으로 인도네시아의 힘이 될 누나들이니 정성을 다해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진료 환경은 다른 곳에 비해 양호하였으며 큰 어려움 없이 편안한 상태에서 진료를 할 수 있었다. ‘다다 코리아’의 배려가 컸다.
4박 5일간의 진료에서 320명의 환자를 보았고 29상의 틀니를 만들어 주었다. 불모의 지역에 새로운 진료를 함으로써 열린치과의사회의 힘을 인도네시아 누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참 된 ‘힘’ 이어라!
신덕재
서울 중앙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