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야구부
-조선대와 경희대의 제1회 OB야구교류전을 마치고
“조선 어이 어이 어잇”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힘찬 파이팅 소리. 수업 중간에 땡땡이 치고, 야구연습을 위해 장비 챙기려고 열나도록 뛰어가 조대 후문 근처의 송도식당 아줌마한테 열쇠를 받아 푸대자루 질질 끌며 운동장으로 뛰어가던 그 시절, “퍽”, “퍽” 복날 개 패듯이 맞기도 하고, 운동장 뺑뺑이도 돌며 속으로 욕도 하면서도 선배가 무서웠던 그 시절이 어느덧 20년이 다 되가네요.
아직도 그 시절의 패기와 젊음을 그리워하며, 냄새나는 입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좁은 구멍 힘들게 찾아가며 치열한 삶의 전쟁터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중에, “야구부 OB 한번 모일까” 하는 전화를 받는 순간 어찌나 좋고 설레이던지, 진료를 일찍 마친 후 후배 차를 얻어 타고 모임 장소인 강남의 한 식당으로 향했어요. 비록 예전에 비해 배가 불룩 나오고 머리털도 좀 빠지고 아저씨 몸매가 다 되긴 했지만 오랜만의 해후를 만끽하며 술 한잔 돌아가자 ‘기분 째지구만’ 반가워서 술 한잔, 술 먹었으니 노래 한방 쏘면서 또 한잔, 헤어지기 아쉬워 또 한잔. 그렇게 즐거운 첫 모임을 마치고 또 한번의 조경전 대비 양교 예비모임을 거쳐 드디어 조경전이 열리는 9월 24일.
“우리 연습도 안했응게. 토욜날 4시에 모여 연습합시다” 하는 8기 나종보 선배의 외침아래 예정시간보다 2시간 일찍 행사가 열리는 양주 장자원 가든으로 향했습니다. 행사를 위해 치과를 하루 땡땡이 치시고 버스 대절해 열심히 달려오신 광주 선후배님들이 먼저 현장에 도착해 계시고 나머지 분들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운동장에는 등산 가다가 지쳐서 쉬었다 가시나 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차도 어찌나 많고, 4시에 모여 새로 맞춘 유니폼도 입어보고 연습 한번 해 볼려는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장소가 비좁아 멍만 때리고 있는 중 13기 노기성 선배가 근처 초등학교에서 연습하자는 의견을 내놓아 다시 버스타고 초등학교 go!!! 텅빈 초등학교 “와따인제 연습 한번 하것구만” 장비 챙겨서 운동장에 집결한 순간, 하늘색 상의에 남색 바지. 모자를 눌러쓴 낯익은 아저씨가 다가와 “교장선생님께서 학교로 버스 들어가는 거 보시고 전화했다며, 다들 내보내.” 하는 수 없이 버스 다시 타고 come back. ‘이거 조짐 안 좋아’
행사 시간 6시. 산속이라 해도 이쁘게 지지도 않고 금방 쑥 하고 사라지는 그 찰나 경희대 OB는 어디 있을까요? 선배님들 하나같이 “뭡니까, 이거” 성질 많이들 죽으셨더군요. YB얼라들도 배고파하고 저도 배고프고, 오신 분들 위주로 행사가 일단 시작되었습니다. 술잔 돌고, 한잔씩 원샷하며 얼굴봐서 좋고 예전에는 이랬는데 저랬는데 안 그러요 하면서 구수하고 정겨운 사투리가 오가며 웃고, 경희대 이성복 교수님이 도착하시자 식순 진행하며 분위기 UP. 귀빈들, 인사말씀 알아서 빨리들 끝내주시고, 본격적으로 인원들이 합류하면서 있는 술, 없는 술, 사온 술 망라하고 잘들도 먹네요, 얼굴들이 벌그작작… 사람이 100명이 넘어서인지, 소주 기십병은 눈깜짝할 사이 동나고, 아줌마들 미리 아신 듯이 준비한 냉장고속 가득한 소주가 마구 들어오네요.
오늘의 하이라이트, 예전에 여자후배 한명 들어온다고 하면 결사 반대하시던 선배님들, YB 여자후배들 인사하자 너무 좋아하신다. 세월의 격세지감을 느끼며 요즘엔 얼굴 보고 뽑나봐요, 참들 이쁘드만요, 남자나 여자나, 젊어서 근가?
어느 정도 술자리가 흐르자 양교 사람들 니 학교, 내 학교 없이 한자리에 뒤엉켜 막판 술잔 퍼붓네요. 근데 이게 웬일 공포의 폭탁주, 사발 원샷은 오늘은 없네요. 막상 있으면 뭐 이 나이에 이런 것을 먹은다요 하며, 투덜거렸겠지만 웬지 없으니까 서운한 생각도 나네요. 슬슬 자리가 정리되고 나이든 OB는 자러 가네요.
간밤의 경희대 미인계에 속아 술 진탕 마신 조대YB와 경희대 YB들의 시끄러울 정도의 진한 술자리의 여운을 안고 새벽이 밝아 오자, 하나둘씩 일어나 쓰린 속을 컵라면으로 달래며 게임을 준비하네요.
조금은 쌀쌀한 가을 아침의 기운에 약간의 긴장과 열기가 더해지며 더할 나위 없이 야구하기 좋은 날씨네요. 게임이 시작되고 ‘아’, ‘오메’ 하는 탄성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며 아쉽게 경희대에 역전패를 하고 마는 조선대 YB, 뭐하게 만루작전은 해갖고 에러로 지냐, 참 어이없게 게임을 졌네요 “오늘은 봐준다. 내년에 지면 니들 죽는다. 알것지.”
이어 메인 게임인 OB게임이 시작되네요. 배불뚝 사장님 스타일의 조선대 OB와 YB인지 OB인지 헷갈릴 정도로 팔팔한 사회인 리그파 경희대 OB(좀 심하구만!!!!!). 이거 게임이 되겟어 하며 열띤 응원전 속에 게임이 시작되네요. 공도 허벌나게 빠르고, 맞으면 그냥 갈 것 같은 결코 OB같지 않은 경희대 투수 공, 조선대 OB들, 그 무거운 몸으로 “뚝”, “뚝” 몇 년간 안 쓴 허리, 무릎 관절 오늘 날잡아 고생하면서 힘있게 스윙. ‘틱’ 소리는 그냥 그래도 잘 맞힙니다. 스코어 5 : 5, 게임이 무르익자 양측 이길라고 악을 쓰네요. 공 한번 맞으면 어디 한군데 부러질 것 같은데 응원하는 사람들 열심히 질러 되네요 “맞어야 맞어부러”, “안맞고 뭐허냐.”
이 게임 너무나도 아쉽게 경희대의 승리로 끝나고 올해의 우승컵은 경희대 차지가 되네요. 내년에 두고 봅시다. 공포(?)의 삽질을 다짐하며 모든 행사가 무사히 마무리되고 간단한 점심을 먹으면서 마무리가 되네요.
‘승패와 상관없이 정이란 무엇인가를 일깨워준 조경전’. 멀리서 한걸음에 달려오신 광주 선후배님들, 재학생님들 수고 많으셨고, 1회 주최를 준비하신 경희대 집행부 여러분들 특히, 서정욱 총무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면서 내년에 강진베이스볼 파크에서 진한 우정 다시한번 나눕시다!
김세연
부천 신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