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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5번째) 이 방 인

이 방 인

  

배치를 받아 내려간 그날 저녁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정선에 대한 첫인상은 비 내리는 풍경과 험한 고갯길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가 없다.
구름도 쉬어가는 아니 힘들어 넘어가지 못하는 고개 또 고개, 그래서 비구름이 골짜기 마을로 한번 들어오고 나면 비가 금세 멈추지 않는 이곳.
배치를 받은 춘천에서 출발해 횡성을 거쳐 7개의 고개를 넘으니 멀리 정선읍내가 보였다.
다행히도 나에게 장거리 출퇴근은 또 하나의 여행이었다.
그냥 두 시간이 좀 넘게 걸리는 매주 하는 여행.
눈에 익은 월요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의 많은 차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릉방향으로 차를 돌리면 시원한 4차선 도로가 나를 반겼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서 중앙선 하나 딸랑 그어진 시골길로 접어들면 차창을 열고 맑은 공기를 마신다. 이미 지지직 소리를 내며 잡히지 않는 라디오 따윈 꺼버리고 CD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바람소리를 섞어 들으며, 그렇게 출근을 한다.
가는 길은 여행일지 몰라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일상은 쉽지 않았다.
전신질환 등으로 잘 걷지도 못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익숙치 않은 진료실에서 하루종일 익숙치 않은 진료를 하고 나서 익숙치 않음에서 오는 설명할 수 없는 피로감에 만사를 제쳐놓고 습한 관사에 들어가 몸을 누이고 선잠에 들면 새벽 어슴푸레한 기운에 잠에서 깨곤 하는 것의 반복이었다.
그래도 익숙치 않음이 주는 ‘작은 행복’도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하늘빛깔 그리고 구불구불한 산길과 개울.
그것은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색다른 음식을 먹는것과도 비슷한 느낌을 나에게 준다.
그리고 숙명적으로 이방인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
이렇게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같은 나의 위치를 잊게 해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계속 방랑하며 새롭게 찾아간 그 곳에서 새롭게 이방인이 되고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김성진
강원도 정선군보건소 공중보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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