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에
오전 6시 10분, 몇 달전부터 시작된 아침 악기 연습을 위해 집을 나서는 시간이다. 봄부터 거의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다보니 일출 시간의 변화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곤 하는데 추분이 지나고 점점 어두워져서 지하주차장을 나와 도로로 나서는 순간의 어두움으로 가을이 서서히 가고 겨울이 다가옴을 새삼 느끼곤 한다. 농촌 출신도 아닌데 긴 여름 장마 이후 찾아온 많은 일조시간과 따뜻한 기온으로 벼농사 걱정을 떨치기도 하니 예민하고 세심하다는 말을 올해 더 많이 듣게 된다.
500여 곡이 담겨져 있는 USB를 임의 모드로 음악을 재생하다보면 몇 곡은 별 느낌 없이 흘러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곡들은 하루 종일 혀끝에 맴도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임의 재생 모드가 그 날 그 날 선사한 곡을 허밍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한 지 몇 년이 되다보니 하루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도 그 분위기에 적응을 하고 어떤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시크릿 가든이라는 밴드의 ‘봄의 세레나데(Serenade to Spring)’라는 곡에 가사를 붙여 조수미, 김동규가 부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올 가을엔 더욱 아름답게 다가왔으며, 가을비가 내리고 난 이후 싸늘한 늦가을에 어울리는, 피셔 디스카우나 헤르만 프라이가 부르는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최근 이상 고온으로 더웠던 날씨에 재생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하다가 목록을 확인하다보니 담겨있지 않아 지난 주말 비가 내리고 싸늘해진 이후에 앨범을 꺼내어 변환시켜 담았다. 벨칸토 창법이 어울리는 이탈리아 가곡이나 오페라 아리아들과는 달리 정갈하고 단아하며 지적이라고 느껴지는 독일 리트의 아름다움을 물씬 느끼며 얼마 안 남은 가을에 푹 빠지고 싶다.
계절과 기후의 변화에 따라 듣고 싶고 마음속에 새겨지는 음악이 함께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20여 년 동안 오케스트라 오보에 주자로서 음악 활동을 하다가 올해부터 독주 연주자로서 거듭나기 위한 많은 준비를 하다 보니 때로는 지나치게 예민해지기도 했지만, 음악과 주위 환경을 탐미(耽美)하는 삶을 살다보니 예술 감상과 활동이 삶을 얼마나 여유롭고 행복하게 변화시키는 지를 충분히 느끼게 된다.
21세기 들어서며 예술 감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과 사람들에게 융통성 있게 다가가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하는 학부 이상의 교육과정이나 교육기관이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고전 인문학 독서와 함께 경영자로서 존재하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예전부터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와 가을비 내린 이후 추워지는 시점에 미술관과 각종 음악회를 많이 찾았었는데, 올해 남은 시간엔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 관람과 독주자로서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일, 그리고 삼국지 관련 서적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예술 활동과 감상, 여행, 그리고 독서와 같이 하루하루 지쳐가는 일상에서 중심을 잡고 내면에서 내는 목소리를 듣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매일매일 만나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고 싶다.
김동현
강남사과나무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