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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th 창간특집] 양광모 휴먼네트워크연구소장 -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그릇 크기의 문제다

외부전문가 기고


양 광 모
휴먼네트워크연구소장


ㆍ휴먼네트워크연구소장, 행성연구소장, 청경장학회 회장, 머니투데이 칼럼니스트
ㆍ한국기업교육협회 회장(전)
ㆍ인간관계 맥을 짚어라, 소통, 굿바이 갈등 등 저서 17권 출간
ㆍSBS, KBS, MBC, EBS, MBN, 국군방송, 한경TV, 일자리방송, KBS라디오, EBS라디오 등 다수 출연
http://cafe.daum.net/edupower 카페 운영자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그릇 크기의 문제다

  

지난 11월, MBC ‘PD수첩’에서는 한 대형 네트워크 치과병원의 저가 임플랜트 시술에 관련된 문제점을 고발하였다. 방송에서 취재한 치과에서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임플랜트를 과잉 시술하거나 의사가 아닌 치과기공사가 아무런 거리낌없이 위임진료를 일삼고 있었다.
심지어 이 네트워크 치과의 한 지점에서는 대학병원에서 임플랜트 4개 시술이 적절하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아래턱 8개를 포함해 총 14개의 임플랜트를 시술하기도 하였다. 이를 지켜본 많은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필자 역시 큰 분노와 강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 발생한 네트워크 치과의 발암물질 사용 및 유해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아직까지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던 참이라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과연 국민은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믿어야 좋다는 말인가? 그러던 참에 마침 치의신보에서 칼럼 청탁을 받게되어 뜻 깊은 마음에 몇 가지 사항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평소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니 짧은 식견이나 편향된 관점이 있더라도 치과계 종사자 여러분의 넓은 양해를 구한다.

  

첫째, 치아는 썩기 마련이다
철저한 치아 관리를 통해 어느 정도 예방은 가능하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영원히 충치가 생겨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두 명 이상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갈등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치과계에서도 신구세대간, 일반 개원가와 일부 피라미드네트워크 치과간, 치협과 개원의협회간, 전문의와 일반의간, 치의학전문대학원생들과 치과대학 출신간을 비롯해 다소간의 갈등이 상존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원과의 갈등, 고객과의 갈등 또한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갈등의 해결에 필요한 것은 갈등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불평과 비난을 일삼는 것보다는 갈등이야말로 변화와 성장을 가져다주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
혹시라도 치과계 내부에 갈등이 있다면 그것을 밥그릇 싸움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치과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하라. 사실 갈등(葛藤)은 칡(葛)과 등나무(藤)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모습을 의미한다. ‘칡과’를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치과’가 되니 치과계에 갈등이 많다고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고 웃음과 여유를 찾자는 뜻에서 하는 말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치과 뿐만 아니라 세상의 어떤 조직, 어떤 업계에도 대동소이한 갈등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니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말자. 진정한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완전히 썩은 이는 발치하라
고인 물은 썩는 법이며, 이를 해결하려면 썩은 물을 흘려보내고 새 물이 흘러들게 만들어야 한다. 혹시라도 치과계 내부에 고인 물, 썩은 이가 있다면 모른 척 덮어둘 것이 아니라 자정활동을 벌이고 스스로 발치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썩은 이를 방치한 채 통증이 멈추기를 바란다면 이는 현명치 못한 일이다. 그중에서도 네트워크 치과의 저가 진료행위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국민들 사이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치과 치료에 대한 불만이 거의 폭발직전에 이른 상황이다. 최근 필자의 형도 임플랜트 시술을 받았는데 1천5백만원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합리적이냐 불합리적이냐의 문제를 떠나 일반 국민들이 부담하기에는 매우 버거운 금액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겠지만 이제는 치과계 스스로 치료비 인하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물론 정부 차원의 지원과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과잉 진료, 위임 진료, 저가 불량 재료 사용 등의 탈법행위에 대해서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치과 진료는 숭고한 의술행위임과 동시에 일반 기업처럼 고객의 욕구와 만족도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는 비즈니스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고객확보를 둘러싼 치과계 내부의 경쟁은 앞으로도 점점 더 치열해 질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경쟁이 갈등과 파국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서는 치과계 종사자들 사이에 윤리 경영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명시적 합의가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기본 원칙이 없다면 치과의사 개개인의 가치관과 경영 상황에 따라 경쟁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갈등은 심각한 양상으로 증폭될 것이다. 치과계 내부에 썩은 이가 있다면 스스로 발치하고 사회 공헌, 공정 경쟁, 상생 및 윤리 경영에 대한 규범과 문화를 만들어라.

  

셋째, 소통과 협상을 임플랜트하라
갈등은 난제중의 난제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갈등조차 쉽게 해결되는 법은 없으며, 기업이나 단체에서 생겨나는 갈등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성이다. 그러니 그보다도 광범위한 특정업계의 수많은 갈등을 해결하기란 그야말로 요원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니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 보자.

① 끈기와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라. 갈등의 해결에는 오랜 시간, 그리고 많은 노력과 정성이 소요된다. 하루아침에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또는 갈등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애시당초 갖지 않는 것이 좋다.

② 소통의 채널, 공간을 늘려라. 갈등 해결은 결국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고, 상호간의 차이를 줄여 절충점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간담회, 토론회, 세미나, 단합대회, 소모임 활동, 온라인 게시판, 이메일 등 다양한 상호교류와 의사소통의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③ 협상하라. 갈등은 결국 협상게임이다. 치과계 내부의 갈등도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윈윈 게임이 되도록 대화와 절충을 통해 갈등을 풀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임원 및 시니어 그룹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회원들은 적극적인 팔로우십(참여)을 가져야 하며, 갈등의 상대방과는 파트너십을 맺으려 노력해야 한다.
집에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두 개의 그릇이 끼여 잘 빠지지 않는 경우가 생겨난다. 있는 그대로 해석하자면 그릇의 크기가 서로 같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사람과 사람, 집단과 계층 사이의 갈등 역시 마찬가지다. 한쪽의 그릇이 상대방보다 크면 절대로 갈등은 발생되지 않는다. 여기서 그릇의 크기가 의미하는 것은 이해심, 관용, 배려와 양보는 물론 설득력, 협상력, 리더십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내가 먼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상대방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잘못과 실수를 용서하고,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고, 그러면서도 내 뜻대로 상대방을 설득해 낼 수 있는 능력이 그릇의 크기요, 갈등해결의 유일한 비결이다.
지금까지 말한 사항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자. 갈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완전히 썩은 치아는 발치하라. 소통의 채널을 늘리고 내가 지닌 협상력과 설득력의 그릇 크기를 키워라. 갈등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내 그릇의 크기를 키워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기억하라.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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