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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9번째) 초겨울의 일기 1

초겨울의 일기 1


뭐든지 확실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게
좋은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때론 흐린 하늘이 물먹은 화선지 마냥 드리우고
안경에 김이 서려있지도 않은데
비내리는 창밖이 어른거리는 오늘 아침이 좋은 이유가 그렇다.
시동을 끈채 윈도우 브러시를 작동시키지 않고
바라보는 바다가,
안개낀 늦가을의 낙엽 밟히는 거리와
그 속을 걸어가는 한 실루에트가,
물안개 피는 아침강가와 소슬한 바람이,
비를 맞으며 말없이 웃고 서있던 사내가,
김서린 샤워커튼이,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은은히 퍼지는 햇살과
홀로 고개숙인 여인의 미사포가
좋았던 이유는 그런 것이다.
어떤 것에든 신비스러운 감추임이 남아야
아름답단 생각을 한다.
늘 투명한 유리문을 통해 누군지 확인하고 문을 여는 우리는
간유리로 만든 문 앞에 누군가 와서 초인종을 누를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기대와 설레임을 갖지 못한다.
비가 내리고
감추일 무엇도 없어 허전한 나는
망연히
감은 머리를 말리지 않은채
초겨울의 안개낀 강가를 서성이고 싶다.

 

강경찬

전주 예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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