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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0번째) 초겨울의 일기 2, 초겨울의 일기 3

초겨울의 일기 2


요 며칠간은 겨울비가 내렸다.
아침마다
아직은 일어나지 않아도 되겠거니 생각하며
어두운 창문을 보며 뒤척이다보면
매번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
동지가 가까운가보다.
주차장에서 자동차문을 열기 전에
바라보는 먼산을 뿌연 회색기운이 감싸고 도는 게
아직 빗기운이 완전히 물러서지 않고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차창에 물방울들을 닦고
물기에 젖어 유난히 검은 아스팔트길을 달려가면
유난히 공기냄새가 좋은 이런 날이 난 참 좋다.
도로에 많은 차가 달려도
아무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문득 이대로 길이 날 이끄는 대로
길 끝난 곳까지 한가로이 달려가보고 싶은
난 이런 겨울비 내리는 날이 참 좋다.
무념의 길 끄트머리에 서서
생각조차없이 비를 그으며
다시 먼곳을 바라보게 되는 상상을 해본다.
무념, 무상의 그 곳.


초겨울의 일기 3


올 겨울은 겨울답지않게 포근하리란 일기예보입니다.
응급실과 수술실에서 눈이오건 비가오건
잠도 자지 못한 채 열서너 시간씩 수술을 하고 나와
폭식을 일삼는 뚱뚱이 젊은 의사들과
질병과 힘든 싸움을 지탱하는 많은 사람들과
호스피스병원의 자원봉사자들과
누구라도 찾아와주길 기다리고 있는 고아원과 양로원의 아이들과 노인들과
차가운 바닥에 누워 웅크리고 쪽잠을 자는 노숙인들과
오팔팔 미아리의 버려진 누이들과
사업이 부도나서 헤어진 가족들과 쫓기는 가장들과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타지에서 고생하는 외국인노동자와
촛불을 켜고자다 화재로 숨진 나이드신 어머니와
장롱속에서 숨져간 가난한 아이의 영혼위에
내가 비록 그들을 직접 돕지도 못하며
내 주변에 그들이 있다는 것을
잊고 지내는 오히려 가엾은 존재이지만 오늘만은
그 사람들의 영혼위에
어떤 위안의 축복이 눈처럼 내리게했으면 그래서 잠시라도
모든 것을 잊고 하늘을 쳐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강경찬

전주 예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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