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박 타대오(정숙) 수녀!
본인이 가난했기에 누구보다도 가난한 사람들의 사정을 잘 알고 그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친구는 학창시절(전남대학교 치과대학 6회 졸업)에 책 세일즈를 해서 학비를 벌기위해, 1년간 휴학을 할 정도로 어렵고 힘들게 치과대학을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졸업 후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며 경제적인 기여를 해야 하는 의무감과 압박감에 힘들어 했지만 가족들을 설득하여 결국 수도자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을지 감히 짐작해 봅니다. 가난하고, 늙고, 병드신 부모님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 친구의 발길은 얼마나 힘들고 무거웠을지 감히 상상이 안갑니다. 어쩌면 주의에선 모질고 무책임 하다고 했을지도 모르지만 친구가 품은 그 큰 희망은 꺾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무엇을 품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간의 운명이 바뀔 수 있듯이 친구는 항상 마음에 사랑을 품고 살아갔기에 친구의 삶은 사랑으로 일구어지고 온전히 내어주는 아가페적인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힘들고 외로운 좁은 문으로 들어선 친구는 수도자로서의 본연의 길인 구도의 길과 틈틈이 꽃동네 치과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한발 더 깊이 봉사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즉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에서의 봉사를 꿈꾸고 지원하여 오랜 기다림 끝에 2005년부터 그곳에서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히며 그곳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40도를 웃도는 끔찍한 더위와 극성을 부리는 풍토병 말라리아, 깨끗하지 못한 식수로 인해 배탈이 잦았고 전기시설도 미약해 잦은 정전과 씨름해야 하며 세를 들어 살고 있는 집은 상하수도 시설이 없기 때문에 우기철만 되면 마당에 汚水(똥물)가 가득차서 퍼내야만 하니 상상하지도 못할 끔찍한 가난을 겪는 친구가 안타까웠습니다.
방글라데시에 가기 전 그곳에서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 2기 박영섭 선배님의 도움으로 6기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힘을 합해 후원회를 결성해 지금까지 후원하고 있으며, 은퇴하신 안상규 선생님의 활동으로 본교 치과대학 교수님들과 학생들, 동창회까지 타대오 수녀를 돕기 위해 꽃동네 후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0년 겨울에 13년 동안 폐가로 있던 시골학교를 수리하여 드디어 그토록 염원하던 방글라데시 꽃동네 사랑의 집을 건축해 이사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고, 수녀가 그동안 꿈꿔왔던 지적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시작하여 우선 4명의 지적장애인을 가르치고 있으며 슬럼가 아이들의 학교, 성요한 초등학교를 맡아 그곳 아이들을 가르치고 열악할 수밖에 없는 구강환경을 위해서 구강 보건 교육도 같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버려져 같이 살게 된 식구들도 벌써 10명이 넘었고 그들 모두 버려진 중증 병자와 장애자이다 보니 육신의 병보다도 마음의 상처 덫이 더 심해 그들을 보살피고 돌보는데 여간 힘이 든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번 노틀담 대학의 사회복지 센터를 빌려 치과 진료를 할 때면 많은 환자가 몰려와 그날은 초죽음이 된다고 합니다.
또 한 달에 한번은 그곳에서 봉사중인 medical 의료진들과 오지중의 오지로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가 이동진료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지 주민들에게 치과진료 혜택은 그 주민들 뿐만 아니라 타대오 수녀에게도 큰 기쁨 이라고 합니다.
신에 대한 사랑을 이웃사랑으로 실현하는 친구는 마치 골리앗을 물리친 꼬마 다윗을 연상케 하는 조그마한 키와 가녀린 몸의 친구지만 사랑을 실천하는 그녀의 의지와 용기는 우리를 숙연케 만들고 흉물 같은 내 마음과 추악 망측한 나의 참 모습을 마주하게 하니 이를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