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에서의 해프닝 (상)
나에게는 오랜 벗 두 사람이 있다. 한사람은 ‘황"이라는 친구요, 다른 하나 ‘허"라는 친구이다. 우선, 친구 ‘황"은 방송인으로서 어디를 가든 누구에게나 쉽게 말을 트고 상대방의 마음을 터놓게 한다.
그래서 금방 사람들과 친해질 만큼 친화력이 뛰어나고 입담이 좋아 봄날 물고가 터지듯 술술술 풀어내는 재치에 듣는 사람들이 빠져들 때가 많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고 술자리가 무르익어 갈 때라도 가고 싶으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다.
평생을 공무원으로 지내고 정년퇴임한 다른 친구 ‘허"는 언뜻 보면 대쪽 같아 보여 누구나 쉽게 말을 걸지 못한다. 어디를 가든지 개인적 이익보다는 다수의 이익을 위해 생각하고 판단하며 일단 결심을 하게 되면 거침없이 밀어 붙이며 이를 실천해 부실한 현실을 온전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성품이다. 사회나 국가의 이익, 즉 공익을 우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정반대의 성품을 가진 친구들과 40여년을 함께 지내다 보니 사뭇 특별한 경험을 할 때가 종종 생긴다.
작년 뜨거운 여름날 ‘허"의 주선으로 충북 음성군 ‘꽃동네"를 방문 했을 때의 일이다. 그 친구는 승용차로 꽃동네 곳곳을 안내하며 한국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세계 최대의 구호기관 역할을 하고 있는 현황을 소개하며 이를 이끌고 있는 오웅진 신부의 위업을 설명하는 자세가 아마추어의 경지를 넘어 가히 현지 가이드의 모습이었다.
오병이어(五餠二魚)등 성경의 명 구절을 표현하는 거대한 조각 작품을 전시해 놓은 조각공원을 설명하는 순서에서 하차를 제의하기에 차에서 내렸으나, ‘황"은 내리지 않고 차안에 남아 있었는데 뜨거운 날씨가 싫어서 그랬던 것 같았다.
친구 ‘허"는 나만 데리고 조각공원을 돌며 작품 소개를 하는데 다소 사기가 저하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운 날 여기까지 안내하여 수고하는 친구의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세 친구가 같이 다녀야 할 텐데 저 친구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있으니 민망스럽다"고 하며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그 친구의 답은 의외였다. “그것은 매우 사소한 일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꽃동네는 전국의 천사들이 가장 불행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천국을 이룬 곳이다. ‘오"신부의 고뇌와 피와 땀이다. 온 국민의 정성이 합쳐져서 이룩된 세계가 주목하는 복지 시설이다. 그러므로 국가 지도급 인물들은 여기에 와서 자신들이 소임을 다하지 못하여 불행에 빠졌던 국민들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에 겸허히 반성하고 ‘오"신부와 저 앞에 보이는 수많은 자원봉사 학생들에게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정상적인 인물들이 취할 태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책임감을 느끼고 반성을 할 줄 모르는 위인들이 태반인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는 다수 지도급 인물들의 자질이 수준이하라는 것을 말해주며 민족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실망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황"을 겨냥하여 일침을 놓았다.
<다음호에 계속>
최무송
광명치과의원 원장
코리아문학 작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