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6 (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제1720번째) “사랑하는 후배, 익재에게!”

제1720번째
릴레이수필

 

“사랑하는 후배, 익재에게!”


사랑하는 후배, 익재에게!


치과의사가 된 것을 축하한다. 여러 해 전, 나 역시 ‘국시’를 치르고 시험장을 나서며, 어쩌면 “과락”일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에, 같은 걱정하는 동기들이랑 시험보고 나오던 남영동굴다리 아래 조그만 호프집에서 생맥주잔을 부딪치던 기억이 있는데… 벌써 긴 세월이 지나, 국시합격 축하한다며 후배를 토닥거려주는 선배가 되었다는 게 다소 어색하구나. 하여간, 그 많은 과목들과 씨름하느라, 졸린 눈을 비벼가며 공부하느라 애쓴 지난 1년은 물론, 긴긴 4년의 과정을 무사히 마친 그대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공부!, 너희 세대는 그것 말고도 우리들이 치과대학공부하고 치과의사가 되었던 시절보다 정말로 어렵고 힘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 시대를 견뎌야함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의연하게 과정을 마쳐낸 너와 네 동기들이 새삼 장하고 의젓해 보임을 넘어, 어쩜 우리 세대보다 더 큰 지혜와 용기를 지니지 않았나 싶다. 대부분의 너희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다른 꿈들이 있었지. 치과대학이 아닌 전공과정을 하나 이상씩 마치고, 그 분야에서도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이었는데도, 다시 꿈을 꾸고, 뜻을 세워 치과의사가 된 것은, 너희들이 누구보다도 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며, 성실히 노력하여 더 나은 것을 이루고자하는 열정이 있는 젊은이들이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난 알고 있다.


익재야! ‘국시’ 다음 날, 너희들 고시생(?)의 노고를 치하하고 위로한다고 여러 선배들과 함께 모여 저녁 먹으며, 우리들이 나누었던 여러 얘기들을 기억하니? 그날 저녁 내내 웃고 떠들다, 늦게 귀가하여 잠자리에 누웠는데, 고단한데도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함께 둘러앉아 저녁을 먹은 원탁에서 나도 선배라고 이것저것 물어오던 너희들의 목소리가, 멀리 떠난 김광석의 어느 노래가사 한 부분처럼 ‘전깃줄위에 윙윙’ 거렸기 때문이었을까? 이제 치과의사가 되려하는 너희들의 얼굴과 눈빛에서 20여 년 전 내 모습을 보며, 그 기대와 두려움과 가슴떨림이 내게 전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모임을 준비한 것은 너희들을 위해서였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를 위한 모임이 되었던 것은, 너희들에게서 우리 대한민국 치과계의 희망을 넉넉히 느끼고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세세하게는, 수련을 받아야하는지, 유학을 가는 것은 어떤 것인지, 개원을 한다면 무엇을 유의해야하는지, 치과의사의 직업은 본질적으로 어떤 것인지….


그날 저녁 너희들이 던진 질문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너희들이 원하는 것은 한마디로 “훌륭하고 존경받는 치과의사로 보람을 찾으며,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더구나. 무성의한 대답 같아도 그 한마디 속에 모든 해답이 있단다. 이 시대의 치과의사에게 부족하다고 종종 지적되는 윤리교육도, 보수교육도 너희들이 그러한 생각을 지키고 있다면, 자연스레 자발적으로 원만히 해결되어 나아가게 된단다. 난 그날 저녁 너희들과 헤어지기 전에 많이 행복해졌었다. 너희들이 바라는 바가 이런 거라면, 이것만 잘 지켜간다면, 갈등하고 불안해하는 치과의사로 살아가지는 않을 거라 믿기 때문이란다.


바라건대, 너희들은 우리들에게서 꼭 배워서 이어나아가 줘야 할 것들이 있고, 거꾸로 그러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단다. 너희들은 우리들보다 더 지혜롭고 강하기 때문에 이어나아갈 것과 끊어야 할 것들을 잘 알아볼 것이라 믿는다.


장도를 마치고, 또 다른 장도에 오르는 너희들에게 격려의 박수와 함성을 보낸다.


건강하거라, 그리고 자주 만나자!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치과대학을 졸업한 졸업생이다. 누구는 졸업한 지 30년이고, 누구는 작년에 졸업했으며, 누구는 이번 달에 졸업한다. 이 졸업생들이 모여 우리 치과계가 구성되고 유지되는데, 이번 달에 졸업하는 필자의 치과대학 후배들은 국가고시를 치른 다음 날, 1월 18일저녁, 작년에 졸업한 학생들과는 다른 행사를 경험했다.  “Dental Community Orientation 2012”라는 이름으로 여러 동문선배들이 여러 달을 준비한 행사였다. 국가고시를 ‘국시’라 줄여불러야 할 만큼 바쁜(?) 후배들에게 시험 전에 찾아가 “그대들이 궁금한 것은 무엇인가?”를 물었고 “정작 그대들이 궁금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겠노라!”며 접근하고 설득하여 ‘국시’ 다음날 어디론가 떠나거나 쉬고 싶은 후배들과 하루종일 진료에 바빴던 선배들이 어렵게 만나는 약속을 했다. 많은 이야기 속에 서로의 생각들을 알아갔지만, 선배로서 부끄러운 사실들도 적지 않음에 선배들의 깨달음과 배움도 많았다.


행사 당일 선배들은 세 가지에 놀랐다. 첫째로, 거의 모든 졸업예정자인 여든 명이나 되는 후배들이 참석한 것과, 둘째로, 처음 보는 선배들과 함께 자리한 지 몇 십 분만에 마치 여러 해를 함께한 동아리 선,후배들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던 것, 셋째로, 예정시간을 3시간 가까이 넘겨 자정이 다 되도록 헤어질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백 이십여명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으면서 느낀 것은, 후배들은 여전히 참으로 맑고 순수하며, 상념과 열정으로 가득한 그들의 모습은 지난 수 십 년 전의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 치과계의 희망들은 여기저기에 숨어있을 테지만, 새로이 치과의사가 되어 우리의 뒷모습을 따르는 이들을 정중히 환영하며, 앞서가는 우리들의 자세를 가다듬고,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치는 우리들의 손길과 마음가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우리 치과계의 희망들을 온전히 담아낼, 첫 번째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김용호
김용호치과의원 원장

관련기사 PDF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