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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2번째) “사진 찍으셔야죠?”

Relay Essay
제1722번째


“사진 찍으셔야죠?”


어느 가을. 나는 강원도 어딘가의 한 보육원에 김장김치를 전달하고 있었다.
정확한 양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리 크지 않은 그 보육시설에서 겨울을 보내고 다음 해 까지 먹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트럭을 빌려 싣고 간 김치는 하얀 스티로폼 박스에 꾹꾹 눌러담겨져 쌓여 있었다.
적당히 한 쪽에 내리고 있는데….
“어서오세요. 재단에서 연락 받았어요.”
“네 안녕하세요? 모아치과에서 왔습니다.”
“멀리까지 감사합니다~”
얼마나 대단한 선물이라고 우르르 밖으로 몰려 나온 아이들은 밝고 명랑했다.
매번 느끼지만 보육 시설의 아이들은 밖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우울하거나 기죽어 있지 않다.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이다.
그 때, 내 생각으로 김치는 장난감이나 학용품처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이 못되었다. 그런걸 그닥 심각히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박스를 열어 맛을 보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그 또한… 그냥 내 생각일 뿐이었다.
  “어디로… 옮겨 드릴까요?”
“아니에요. 들어와서 차 한잔 하세요. 아이들이 옮길 거예요.”
“아, 네.”
김장박스를 보며 ‘이걸 아이들이 다 옮길 수 있을까?’ 생각하는데 보고 있던 선생님 “아 참, 사진 찍으셔야죠?” 
“얘들아 다 이리 와봐~ 사진 찍자~”
뭐라 말 할 틈도 없이 아이들을 불러모으는 선생님과 하던 일을 멈추고 모여드는 아이들. 건물 안에 있는 아이들까지 부르느라 소란스러워졌다. 뭐랄까 괜한 미안함이 느껴져 “아니에요 선생님, 저희는 사진 안찍어도 되요~”
“아, 그런가요! 그래도 고맙습니다.” 
그때 나는 선생님의 미소가 처음과 좀 다르다고 느꼈다. 더 편해 보였달까.
아니면 그냥 나 혼자 불편한 마음을 털어버린 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 날의 행사는 네트워크의 가족참여행사로 전국의 모아치과 원장님과 직원들 또 그 가족들, 꼬마들의 손까지 모아 함께한 ‘김장나누기’ 행사였고, 나는 우리의 나눔행사가 마치 ‘사진을 찍기 위한 봉사 활동’이 되어버리는 느낌이 싫었다.
사실 나는 업무상 사진을 찍어야 했었다. (일도 참 못하지….)
최근 치과계의 봉사활동이 부쩍 많이 눈에 띈다.
자선과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에 대해 일부는 ‘이미지나 홍보를 위한 의도적 행위 또는 과시적’이라며 비판도 없지는 않다. 분명 생각해 볼 일이다.
또한 혹자는 ‘광고용이면 어떻고 홍보용이면 어떤가? 어떤 목적이든 누군가는 이를 통해 도움을 받지 않는가’라고 한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봉사활동 많이 한다고 환자들이 병원이미지를 다시 생각해 줄까?
소비자는 영리하고 때로 얄밉다. 의료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좋은 일 많이 하는 병원을 찾아주고 아껴주면 좋겠지만 모두 알다시피 소비자는 소비자 대로 고민이 많다. 그들의 병원 선택이유는 이러한 활동과는 대개 무관하며 무엇보다 그들은 가식과 진심을 구분 할 줄 안다.
나눔의 대가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소득은 따로 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한 나들이에서 함께 김장을 담그고 대화를 나누고 또 그 김치를 나누고 돌아가는 우리 가족들은 사진을 찍고 안찍고 보도자료 한번 내고 안내고는 관심이 없다. 이미 얻을 건 다 얻었으므로. 
그들은 봉사활동을 준비하고 실천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참여와 나눔의 기억을 공유했다. 그리고 다음날 더욱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집을 나서고 환자를 맞았을 것이다.


이동수
모아치과그룹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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