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23번째
돈의 값 (the price of money)
요즘은 세상의 모든 것에 값을 정하는 것이 ‘돈’이 된 것 같습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의 값도 ‘돈’이 정합니다.
문득 “그럼 ‘돈의 값’은 얼마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원, 천원, 만원, 십만원……. 이것이 ‘돈의 값’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문득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오래 전에 권투로 굉장히 큰 돈을 벌었던 헤비급 챔피언인 마이크 타이슨이 LA의 작은 셋집에서 혼자 우울하게 살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의외였습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었던 ‘돈’이면 보통 사람들은 평생을 쓰고도 남았을 텐데요.
반면 TV의 프로그램 중에는 가난하면서도 일해서 번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몇 사람의 식구가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야기가 종종 나옵니다.
한 사람은 그 많은 액수의 돈을 가지고도 모두 탕진한 채 우울하고 절망적인 상태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은 정말 작은 돈으로도 가족의 행복을 지키며 희망을 키워가는 얘기를 접하다 보면 두 사람이 갖고 있는 ‘돈’은 그 ‘값’이 다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의 돈은 버리는 휴지쪼가리만큼도 되지 못해서 마구 탕진해 버릴 수 있는 것이었던 반면에, 또 한 사람의 돈은 가족의 행복과 희망을 지켜주는 귀한 것이어서 아끼고 절약해야 되는 것이었다는 말이죠.
즉 한 사람의 수억원의 돈이, 다른 사람의 한 푼의 돈만큼도 그 ‘값’이 못했었다는 것입니다.
같은 액면의 돈이 그 ‘값’이 다르다면 ‘돈의 값’은 어떻게 정해야 하는 것일까요. 가지고 있는 돈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돈을 귀하게 여겨 아끼고 절약하면 돈의 값이 올라가고, 그렇지 않으면 돈의 값이 내려간다는 생각은 어떨까 모르겠습니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 만큼 큰 힘이 있다는 얘기겠죠. 그만한 힘이면 사람의 마음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모두 압니다. 그 마음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단지 그 ‘돈’은 큰 힘이 있는 돈이어야 할 것입니다. 즉 ‘돈의 값’이 높은 귀한 돈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귀한 돈이어야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돈의 값’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한 얘기는 ‘귀하게 여겨 아낄수록 ‘돈의 값’이 올라가고, 그렇게 값이 높은 돈은 힘이 커서 사람의 마음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작은 종이로 된 ‘돈’을 물끄러미 바라다보면, 사람 사는 일의 희로애락 모두 그 안에 있는 것 같아 그저 작은 종이로 된 것만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효연
소래안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