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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0번째) 헤밍웨이 스토킹 (상) - 쿠바 여행기 중에서 발췌

Relay Essay
제1730번째


헤밍웨이 스토킹 (상)
- 쿠바 여행기 중에서 발췌


작년 봄 병원을 옮기면서 오랜 기간 가보고 싶어서 꿈만 꾸었던 쿠바에 약 한 달여 다녀왔다. 겁도 없이 혼자 갔었고 마치 신밧드처럼 많은 모험을 하고 왔다. 그 중에서 일부분을 발췌하여 이 글을 쓴다. 일 년 전이었지만 감회가 새롭다.


쿠바로 여행을 간다고 하니까 감독 ‘리’가 81편의 영화를 가득 넣은 외장하드를 주었다. 영화들의 리스트를 보면 ‘리’가 이 영화를 왜 골랐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
재미있으라고 넣은 것들
쿠바 가니까 넣은 것들
나도 봤으면 싶은 것들


‘노인과 바다’는 쿠바 가니까 넣은 것이겠지… 그 오래된 영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볼 일 있을까? 지난 밤 그 영화를 보면서 잠이 들었었다.


등장인물 노인, 고기, 소년
진짜 등장인물은 남자, 대자연


형용사 또는 부사가 거의 배제된 헤밍웨이의 문체는 힘이 있으면서 시적이다. 우리의 운명을 풀강아지처럼 다뤄버리는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희망이라는 것은 참으로 보잘 것 없는 것이어서, 잃고 잃고 다 잃어 더 이상 남은 것이 없을 때 그만 죽어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가장 숭고한 자세와 스스로의 존엄성을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내일 내가 망하더라도 오늘 저녁 멋진 자세로 창밖을 바라보며 와인 한 잔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오늘은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따라 가 보기로 했다. 오비스파 거리를 걷다 보면 중앙에 암보스 문도스 호텔이 있다. ‘인터내셔널’ 이라는 뜻인 것 같은데, 1932~1939년까지 7년 동안 이 호텔의 한 객실에 장기간 머물면서 글을 썼다. 그 앞을 지나가다 보면 간판을 몰라도 알 수 있다. 일층의 카페테리아에서 밤이나 낮이나 울림이 깊은 피아노 소리가 늘 들리기 때문에 자동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어 있다.


암보스 문도스 호텔에서 20~30 미터 쯤 떨어진 곳, 오비스파 거리 초입에 그 유명한 엘 플로리디타 카페가 있다. 헤밍웨이가 자주 들러서 술 마시던 집이다. 여기는 찾기가 쉽고 넓다.


헤밍웨이는 이 낙천적인 도시 하바나에서 낮에는 글 쓰고 밤에는 마시고 싶은 만큼 술을 마시고 친구를 만나다가 잠들 무렵에는 여자를 품었을 것이다. 부럽다! 일생에 단 얼마라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


1960년 쿠바 혁명이 일어나 쿠바를 떠나기 전까지 헤밍웨이는 쿠바에 자신의 집을 짓고 살기도 하였다.

헤밍웨이가 죽은 것은 쿠바에서 추방당한 1년 후인 1961년 자살로 추정되는 엽총 사고로 죽는다. 매력 있는 사람들만 모아놓은 것 같은 그 집안은 ‘자살이 유전되고 있지 않은가?’하고 생각될 정도로 자살로 인한 죽음이 많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헤밍웨이가 29세 때 권총으로 자살했고 헤밍웨이는 퓰리처상, 노벨 문학상 다 받고 62세 때 자살, 두 손녀 중 마고 헤밍웨이는 잘나가는 수퍼모델이었으나 1996년 자살했다. 뭐가 모자랄까 싶을 정도로 가득 베풀어진 인생에 하나 더 가만히 얹어진 것은 자살 충동 유전자였던 듯….


<다음호에 계속>


홍소미
비너스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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