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32번째

봉사의 맛
-제4차 인도네시아 진료

2012년 3월 10일부터 13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서남방 78Km 떨어진 곳에서 제4차 해외 진료를 했다.

3월 10일 6시에 일어났다. 이미 비행기에 부칠 수하물을 모두 정리해 놓았는데도 일찍 잠에서 깼다.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마치 처음 떠나는 봉사 같다. 해외 봉사는 언제나 마음을 들뜨게 한다.

8시 20분에 탑승수속을 했다. 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이 대한항공보다 운임이 10만원 정도 저렴하다. 자주 해외봉사를 가다 보니 경비가 좀 신경 쓰인다.

지난 12월 제3차 해외진료 때는 성수기여서 요금도 비쌌을 뿐 아니라 수하물을 부치는데도 힘들고 수속이 빡빡했다. 이번은 비수기라 모든 일이 순조롭다.

자리 배정도 편안한 20번대 좌석이다. 만석이 아닌 듯하다. 7시간 이상 비행을 하는 장거리 여행에서 편한 좌석을 얻어 참 다행이다.

자카르타 공항 여권수속이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는데 가루다항공을 타니 입국수속을 비행기 안에서 해 편리하다.

3월 11일 아침 4시 이슬람 아잔 기도 소리에 잠을 깼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사원은 우리나라 교회처럼 동네 한 가운데에 있다. 어떤 것은 가정집처럼 허술하고 작다.

오전 7시부터 첫 진료를 했다. 이번에도 전과 같이 보철치료를 중심으로 진료를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모인 환자들의 숫자가 장난이 아니다. 약 100여명은 될 성 싶다. 혼자서 이 많은 환자를 다 볼 수 있을까? 어려울 것 같다. 반 이상을 돌려보냈다.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저녁 6시까지 정신없이 환자를 보았는데도 48명밖에 못 봤다. 열심히 본다고 했는데 돌아간 환자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이곳 환자들의 특징은 석회석 물 때문인지 치석이 많이 침착 돼 있고, 대체적으로 치아 뿌리가 한국인에 비해 약 2~3mm가 길다. 따라서 이를 뽑는데 힘이 많이 들고 뽑기가 어렵다. 치석이 많고 구강상태가 불결해 손실된 치아가 많다.

젊은 나이에 이가 없어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고생을 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갑기 그지없다. 최선을 다해 식사를 할 수 있게 하고, 용모와 미용에도 신경을 써 심미적인 효과를 발휘하도록 힘을 썼다.

치아가 하나도 없는 환자에게는 틀니를 만들어 주고, 앞니가 빠진 환자에게는 도자기로 만든 값비싼 이를 해 줬고, 앞니에 충치가 있는 어린 아이에게는 치아색깔이 나는 레진충전을 했다.

11일, 12일 양일간 전에 본뜬 25개의 도자기 보철을 끼워 주었으며, 틀니 6개를 만들어 주었고, 62 케이스의 발치를 했고, 새로 33개의 도자기 보철을 위해 본을 떴다.

약 2500만원 상당의 진료를 했다. 이는 돈의 문제가 아니고 78명의 환자가 앞으로 즐겁게 밥을 먹을 수 있고, 아름답게 웃을 수 있으며,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활력있게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23시 30분 비행기는 장장 7시간의 비행을 위해 자카르타 공항을 이륙해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피곤해도 뭔지 모르나 좋다.

신덕재
중앙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