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33번째
UCLA치대 유학을 마치며
치과의사 20년째 되는 2010년 저는 큰 결심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20년 동안 저를 거친 많은 환자분들의 칭찬을 받았고 수많은 큰상을 받았지만 저의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제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부족하기에 포기하거나 실패했던 환자들 앞에서 저는 할 말을 못하고 눈물만 글썽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늦은 나이의 유학은 절실함에서 온 결심이었고 큰 도전이었습니다.
미국의 최고의 명문 UCLA치과대학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공부하는가운데 위로를 받았습니다. 진료실에서 강의실에서 그리고 사람과의 대화에서 진정한 치료는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마음으로 하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유학생의 하루 하루는 매일 새로운 각오와 용기로 시작했지만 항상 긴장과 좌충우돌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침 8시에 시작하는 대부분의 수업은 쉬는 시간도 없이 3시간 동안 진행되고, 점심시간을 이용한 외과보철 치주 3과의 공동 임상증례 토론이 이어지면 바로 수술실 참관과 진료 참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말에는 미국 개원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같이 참석해 실습을 했고, 자투리시간을 이용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거나 자료를 모아서 한국에서 쓸 강의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수업 내용은 UCLA치과대학 임플랜트과의 경우 치대생의 보철학 수업 부터 전공의들의 저널리뷰 및 토론 수업, 주니어 교수들과 구강암 환자의 악안면 보철 토론 수업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가 바로 눈앞에서 강의와 질문에 답변을 명쾌하게 해주니 수업 하나 하나가 그동안 나의 목마름에 단비를 주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함께 공부하는 외국인 친구들 집에 초대 받아서 저녁도 먹고 한국음식도 대접했으며 많은 분들에게 한국 치과 의료의 우수성,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유학중 어려움은 영어 실력이나 체력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부재중인 동안 병원에 오셨을 고객들에 대한 염려, 내가 배운 대로 한국에서 진료하기 위해 접목시켜야 하는 고민, 때론 미국 까지 들려오는 네트워크치과 소식 등을 멀리서도 느낄수 있어 참으로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무수한 낯선 외국인들 속에서 무언가를 얻어낸다는 목표는 항상 채우지 못하는 항아리에 물을 붓는 느낌이었지만 저에게 힘을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제자신이 이번 유학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UCLA치과대학의 Sil Park 교수님과 Josep Han 레지던트는 한국계 전문의로 저에게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여러 실험실을 모두 보여주시고, 현재 연구와 앞으로 임플랜트의 방향을 알려주시고, 제가 워싱턴에서 미국 임플란트 학회의 임상증례 발표를 준비할 때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미국 스타일의 발표가 되도록 코치해 주었습니다.
많은 교수님 중에서 Dr. Roumanos 교수님은 항상 저를 DR Lee라 부르며, 여럿이 토론할 때 챙겨서 의견을 물어주셨고, DR Beumer 교수는 항상 악수를 청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저의 동료 연구원들도 항상 하이파이브를 먼저 청했고, 항상 Korea에 대해 묻고 칭찬을 했습니다.
2달에 한번씩 1주일간 한국을 오가며 진료와 공부를 병행하는 저에게 항상 미국VISA 절차에 도움을 준 Erin도 저에게는 큰 도움이었습니다. UCLA 단국대학교 동문들도 어렵고 고생해서 얻은 정보와 지식을 저에게 더 알려주고 챙겨주었습니다. WPDI 치과병원의 이재용 원장님은 동생처럼 저를 챙기시며 저에게 필요한 치과 자료와 재료, 장비 구입에 도움을 주셨고 덕분에 국내에서 못 구하는 의약품과 재료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뜻 깊은 인연으로 같이하게 된 단국대학교치과대학 동문들과 숭실고등학교 동문들도 부족한 저에게 베풀어주시고 끌어주셨고, 같이 남성합창단 공연도 설수 있게 해주셔서 감동이었습니다. 새벽부터 인터넷으로 영어 준비를 도와주신 Paul 선생님, 중국어를 가르쳐 주셔서 제가 중국 친구를 사귈 수 있게 해주신 laoshi, 저에게 외국치과의사 면허시험을 권유해 도전할 수 있게 도움 준 최 선생님 등, 멋진 분들 덕분에 치과의사 면허시험 기초과목에 합격하는 뜻밖의 소득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부재중일 때 신세계 치과를 이끌어준 박현욱 원장 등 여러 원장님과 실장들, 멀리 미국에 있는 저에게 까지 친절한 치료에 감사하는 환자분의 칭찬을 듣게 해준 치과 직원들에게 정말 깊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저에게 그동안 불편함도 내색하지 않고 격려해주시던 많은 환자분들은 저에게 가족과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었고 이곳이 나의 자리라는 것을 다시금 확신하게 해 주셨습니다.
제가 유학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저의 자리에 안주 했더라면 저는 이런 뜨거운 가슴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 입니다. 앞으로 제가 진료를 할때 또 다시 저의 능력을 시험하게 될 어려운 환자를 만나게 될 것 입니다, 부족한 동료를 부축해 고지에 도달하듯이 저는 포기하지 않고 환자를 부축해 고지를 향할 것입니다. 진정한 의료는 베푸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위로해야 된다는 사실을 저는 배우고 왔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UCLA 동문회 창립총회가 있었습니다. 몇 달 만에 미국에서 보시던 선생님들을 한국에서 보니 매우 기뻤습니다. 교수님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동문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UCLA 동문회는 친목 목적이 아니라, 앞으로 유학을 준비하는 동료, 후배들에게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도움을 주고, 앞으로 의료 관광 등 세계의 치과의사와 어깨를 겨룰 대한민국 치과의료 분야에서 아시아의 종주국이 되고자 하는 포석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 같은 개원의가 유학을 대신해 심도 깊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없습니다. 대학원 과정도 수업이 적고 통합적인 사고로 토론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지 않고 있으며, 간헐적인 세미나도 주말이나 피곤한 저녁에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수많은 치과의사가 제가 겪었던 목마름과 절실함을 느낄 것입니다. 무엇이든 간절히 원하며 도움을 청하면 길이 보이고 열매가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새로운 도전에서 보람과 희망을 찾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합니다.
이재윤
포항 신세계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