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38번째
꽃피는 봄에 떠난 주말 여행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다. 몇년 새 기후 변화로 인해 봄다운 봄을 느끼지 못한채 바로 더운 여름으로 넘어갔지만, 또 지금도 더울 땐 여름 못지않은 열기를 내뿜고 있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다. 참 신기하게도 지구상에 있는 수목들은 계절의 변화를 알아채고 저마다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상춘객들을 유혹하듯 부른다.
우리 가족도 수목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오랜만에 가족들이 주말을 맞이해 봄나들이 채비에 여념이 없다. 예전 엄마가 초등학교 운동회 때 싸준 김밥을 생각하며, 좀 일찍 일어나 김밥과 과일 등 먹거리를 만들고 나니 아이들이 일어난다. 남편은 오랜만에 장거리 여행을 간다고 차를 청소해야 한다고 나갔고, 아이들은 눈꼽 낀 눈으로 내가 만들어 논 김밥이며, 먹거리에 탐을 내고 이미 몇개의 김밥이 입속에 들어가 있다.
주말이라 좀 밀릴 것 같다는 남편의 말에 아침을 김밥으로 때울 요량으로 급히 서둘러 나갔다. 역시 요즘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해도 가족과 즐길 수 있는 부분은 비용을 아끼지 않는 추세인거 같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이미 많은 차들이 고속도로위를 질주하고 있다.
김밥을 몇개 맛보지 못한 아이들이 고속도로에 올라서자마자 김밥을 달라고 성화다. 먹성 좋은 아이들과 남편이 미리 김밥의 반을 비웠다. 일찍 일어난 탓과 따뜻한 햇살 때문인지 애들이 또 다시 잠들어 버렸다. 나도 좀 일찍 일어난 탓에 졸음이 왔지만, 조수석에 탔기 때문에 남편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남편의 잠을 깨웠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결혼 전 여행 갔던 얘기부터 결혼 초기때까지 갔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는 여행을 가고 싶으면 바로 남편하고 얘기하고 여행을 쉽게 떠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리저리 재고… 애들도 챙기다 보니 예전처럼 여행의 횟수가 많지 않다. 잘 모르겠다. 현실에 불만족스럽다고 느끼는 건 절대 아닌데…뭔가 좀 허전한 느낌? 맞다! 삶에 있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것이 이치라고 했던가? 남편과의 오붓함은 사라졌고 때로는 생떼를 쓰는 아이들을 보면 힘들때도 있지만 가족이라는 견고한 테두리가 생기지 않았는가?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들 어디서 왔는지 사람들이 빨리도 왔다. 자리를 잡고 기념이다 싶어서 사진을 몇장 찍었다. 역시 사진은 색이 화려해야 잘 나온다. 애들은 빨리 나가서 둘러보고 싶은 모양이다. 주위에 널린 꽃들의 색깔이 참으로 다양하다. 빨강, 노랑, 초록, 자주… 오랜만에 봄의 정취를 한껏 느끼고 있다. 오늘따라 하늘도 푸르고 높다.
시간이 흘려 오후가 되니 놀던 아이들이 배고프다며 남편이랑 같이 돗자리로 들어온다.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목적지를 주위 유명 고기집으로 옮겨 무엇을 시킬까 고민하던 차에 통큰 우리 남편 등심을 시킨다. 오늘같은 날 아니면 누가 등심을 먹겠냐는 표정이다.
대략 식사를 마치고 나니 생각했던 대로 음식값이 만만치 않게 나왔으나, 아주 만족해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보니 먹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정돼 있던 인근 관광명소를 들른 후 약간의 음주를 하신 대책없는 남편을 대신에 운전대를 잡았다. 나는 남편 운전할 때 졸음이 쏟아져도 잠을 안자고 이런 저런 얘기를 했건만… 이 양반은 이미 아이들과 호흡을 맞춰 코까지 골고 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집에 도착하니 언제 잤냐는 듯 잠을 깨고 있는 남편과 아이들. 당일치기 여행이라 좀 아쉬워하는 듯 “다음에는 또 언제 갈거야?”라고 물어보는 아이들. 아이의 물음에 대꾸는 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담에는 아빠랑 가는 게 어때? 엄마는 엄마 친구들이랑 갈 생각인데….”
홍문수
푸른치과의원 치과위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