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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9번째) 일본 장애인치과 연수를 다녀와서

Relay Essay
제1739번째


일본 장애인치과 연수를 다녀와서


2010년 가을, 대한장애인치과학회와 일본장애인치과학회 사이에 맺어진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단기간 일본 연수의 기회가 있는데 지원할 의사가 있는가에 대한 병원장님의 말씀이 있으셨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2005년 처음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이 생긴 이래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장애인 진료를 해 온 나에게 우리나라보다 20년 이상 전부터 장애인 치과진료를 시행해 온 일본의 현실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니 너무나 달콤한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양국 학회의 허가와 병원장님의 허락 하에 3개월 가량의 일본 단기 연수가 정해지고, 자세한 일정 및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조절이 시작됐다.  


준비과정 중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연이어 들려오는 원전사고, 그로인한 방사능의 영향이라는 실시간 뉴스들이 나에게 심적인 부담감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보다는 일본학회 방문 때 느꼈던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일본장애인치과학회의 열기와 일본 치과의사들의 높은 참여도 등이 과연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에 관한 궁금증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열망이 더 컸기에 마음을 다잡고 일본행을 준비하게 됐다.


그렇게 2011년 10월 16일 일요일, 긴장감과 기대를 동시에 맘속에 품고 일본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에게 일본장애인치과 연수의 기회를 준 곳은 치바현에 위치하는 일본대학마츠도치학부 장애인치과학교실 및 부속병원 특수치과였다. 일본에서도 대학 내에 장애인치과학 교실이 개설돼 있는 곳은 마츠도치과대학과 마츠모토치과대학 두곳 뿐이라고 한다. 일본에 장애인치과를 소개하고 자리잡게 한 우에하라 교수님이 계셨던 곳이기도 하고, 현재 한일교류를 담당하고 계시는 메가교수님께서 주임교수로 있으신 곳이기도 하다. 일본대학 본교는 도쿄 오차노미즈역 근방에 위치하며 치과대학과 치과병원도 있으나, 장애인치과교실이 있는 곳은 일본대학의 마츠도치학부였다.


마츠도의 특수치과는 약 12명의 상근 치과의사와 수명의 파트타임 그리고 주 1회 정도 본인의 경험과 공부를 위해 병원에 나오는 치과의사 등 다양하게 구성된 진료진을 중심으로 PMTC , TBI 등의 예방치료 중심의 치료와 방문진료, 지역 장애인 진료시설 외근 등의 장애인 진료를 시행하고 있었다.
면허 등의 문제로 직접 진료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다양한 견학 일정을 통해, 마츠도 치과병원 뿐 아니라 도쿄, 치바, 이바라키, 오사카 지역의 다양한 장애인 진료 시설을 돌아보고 그 곳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일본의 장애인 진료 현실을 접했다.


각지의 시설을 둘러보면서 지역별 장애인진료 센터가 지역치과의사회의 주도하에서 운영되며 공익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으며, 생각보다 다양한 선생님들이 장애인치과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병원의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배우고 경험을 쌓아나가는 모습을 여러 센터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일본 선생님들과 직접 나눈 많은 이야기들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오늘날의 일본 장애인치과 이야기. 한국 장애인치과 이야기. 장애인치과 진료를 하고 있는 선배 치과의사로서 후배들에게 어떻게 흥미를 줄 것이며 앞으로 장애인환자 진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동기를 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 치과의사로서의 우리 모습과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 등등 비록 짧은 일본어 실력으로 전자사전을 동원해 이어간 대화였지만, 함께 장애인치과를 경험하면서 치과의사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국적과 장소를 떠나 공통점이 있었고, 그로인한 깊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연수라는 목적과는 또 다른 개인적인 즐거움이라면 그동안 있었던 짧은 일본 여행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일본의 생활 습관이나 풍속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지나고 나니 준비도 많이 부족했고 계획했던 일들을 많이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그 이상으로 소중한 경험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일본에서는 장애인치과 분야가 법적인 장애를 가진 환자 뿐 아니라, 치과치료를 받기 힘든 다양한 환자 및 섭식과 연하기능에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로 그 의미를 점점 확장시키고 있었으며, 많은 일반 치과의사들이 그에 관심을 가지고 진료를 시행해 나가고 있었다. 아마 점점 고령화 되어 노인인구가 많아지고 있고 다양한 장애를 선천적 후천적으로 가지게 되는 빈도도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일본의 상황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장애를 가진 환자의 기계적인 기능회복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해야 할 일, 그것에 대한 관심과 노력, 지금이 그것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매월 셋째주 화요일이면 청담동에 위치하는 어린이 치과병원의 작은 세미나 실에서 열댓명의 사람들이 모이곤 한다. 이긍호 교수님과 장애인치과학회 회장 나성식 선생님 그리고 어린이 치과병원 김재찬 선생님을 필두로 장애인 치과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또 관심이 많은 다양한 선생님들은 함께 저녁을 먹고 담소를 나누고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논문을 함께 읽기도 하며 작은 노력을 모아가고 있다. 문턱이라고는 없는 이 열린 공간에서 함께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좋겠다.

  

* 다음호에는 황지영 선생님이 일본 체류기간 동안 만난 노무라 할아버지와의 인연이 소개됩니다.


황지영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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