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41번째
악몽
작년 가을이었다. 결혼한 이후로 하루하루 다르게 늘어가는 뱃살에 고민하던 무렵이었다.
우연히 본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몇 십 킬로그램을 감량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고 자전거 가격을 여기 저기 알아보았다.
그러다 발견한 사실은 내가 생각하는 자전거와 레저용으로 팔리는 자전거는 가격부터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었다.
고민 끝에 실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처남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질문했는데 하는 말이 고급으로 하려면 중형차 한대 값이고 적어도 기본으로 좀 타려면 백만 원은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마눌님’에게 운동하려 하니 자전거 하나 사 달랬더니 들리는 말이라곤 운동화 신고 뛰라는 조용한 협박뿐이었다.
어쩔 수없이 처남에게 일단 먼저 한번 타보고 결정하겠다고 우격다짐으로 아끼는 자전거를 빼앗다시피 해서 한강으로 갔다.
성남 분당에서 출발하여 잠실까지 20킬로미터가 안 되는 거리를 갔다 오는 것으로 계획하고 즐겁게 운동하는 마음으로 탄천으로 향했다.
탄천에 도착하니 가을 날씨에 흐르는 물은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고 선선한 바람에 흐드러지게 핀 억새들은 나를 반기듯 춤을 추었다.
슬슬 잠실로 출발하여 자전거에 몸을 실었는데 생각보다 하나도 힘들지 않고 또한 땀도 나지 않았다.
가는 길 좌우에는 생각한 것보다 무지하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걸으면서 운동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나뉘어 각자의 길로 열심히 달리거나 걷고 있었다. 왠지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니 뿌듯한 마음에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잠실로 향했다.
힘들지도 않게 두 시간 만에 잠실에 도착하여 근처 해장국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시 쉬다가 집으로 돌아오려고 출발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자전거 안장에 앉는 순간 엉덩이에서 크고 묵직한 고통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딱딱한 안장에 접한 부분이 90킬로의 몸무게에 짓눌려 퉁퉁 부어 있었다.
그때서야 왜 처남이 딱 달라붙는 엉덩이패드 달린 쫄쫄이 바지를 꼭 입어야 한다고 우겼는지 이해가 됐다.
안 입은 내 자신을 원망하면서 하는 수 없이 자전거에 서서 페달을 밟으면서 집으로 출발했다.
얼마나 갔을까. 서서 페달을 밟으니 다리는 힘이 빠져 덜덜덜 떨리고 허리는 뻐근했다. 무엇보다 힘들어 잠깐 잠깐 앉자 안장에 부딪힌 엉덩이는 비명을 지를 정도로 아파왔다.
그래도 참으면서 절반 가까이 갔을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탄천에서 벗어나 자전거를 들고 택시를 타려고 했다
아뿔싸! 택시에는 자전거가 어떻게 해도 들어가지 않았다. 화를 내던 택시기사는 출발해 버렸고 낭패감에 사로잡힌 나는 다시 탄천을 향해 지옥 같은 고통을 참아가며 서서 페달을 밟았다.
나중에는 서서 갈수도 없어서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데 자전거를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기를 세 시간 반 울다시피 해서 겨우 겨우 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고통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퉁퉁 부은 엉덩이의 통증은 더욱 커져 불이 난 듯 한 고통 속에서 얼음을 얼려 엉덩이에 끼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밤새도록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악몽을 꾸었다. 자전거는 나에게 지옥이다.
김유헌
하나덴탈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