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43번째
고양이
어릴적부터 반려동물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키우는 모험을 해본적은 없었다.
애완동물 애호가도 아닐뿐더러 동물 보호론자도 아니며 동물 털 알레르기도 보유하고 있다. 매일 퇴근하던 청담대교를 넘어가다 청담대교 초입에 고양이 한마리가 고가다리 차량가드레일 위에 덩그러니 올라 앉은 모습을 보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도둑고양이 같았는데 눈길이 간 이유는 거기에 고양이가 진입 하려면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는 건대입구 사거리를 가로질러서 거의 600미터 가까이 되는 거리를 거슬러 올라 와야만 하는 거리라 신기하기도 했고 불쌍하기도 해서였다. 하지만 곧 그 광경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라졌다. 다음날은 금요일 이었다. 주말을 기다리며 하루 일을 마치자마자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 하던 길이었다.
문득 며칠전 고양이가 생각나 혹시나 싶어 가드레일 쪽을 보면서 올라가자 전보다 더 한강 쪽으로 올라간 지점에 그 고양이가 오도 가도 못하고 앉아 있었다.
차를 세우려 했지만 시속 60키로 이상의 차량이 고속으로 다니는 외길이었고, 구부러진 길이라 차를 세웠다가는 대형사고를 못 면할 것 같았다.
결국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고양이가 어떻게 살 것인지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주말을 보내는 동안에도 고양이가 생사가 걱정돼 머리가 아파왔다.
결국 내린 결론은 나처럼 그런 고민을 한사람이 만명은 넘을 것이고, 그중 동물애호가가 있어 동물보호센터에 신고하여 이미 처리 되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윽고 월요일이 되어 출근하고 이미 고양이에 관한 생각은 사라졌다.
그날은 회식이라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다 새벽이 다 돼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가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드레일 쪽을 바라 봤는데 순간 술이 확 깨버렸다. 고양이가 바싹 말라서 미이라 같은 모습으로 아직도 가드레일에 앉아 있었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내일 점심시간에 나와서 꼭 구해주리라 마음을 먹고 구출계획을 세웠다.
고가를 타기 전에 차를 세우고 진입을 못하게 한 뒤에 고양이가 바싹 말라 도망도 못가리라 생각하고 차에 태워 동물보호센터에 맡기리라 계획을 세웠다.
다음날 점심시간 고양이를 구하러 비장한 마음으로 청담대교를 향했다. 하지만 가드레일 어디를 보아도 청담대교 끝까지 그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마음씨 고운 어느 분이 동물보호센터에 전화해서 데려 갔을 것이라 위안을 하지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는 앙상히 마른채 두려움에 떨고 있던 고양이 모습에 가슴 쓰리다.
그날 이후 청담대교를 지나갔던 사람들은 나와 같은 생각일까?
김유헌 과장
이디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