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45번째
10년간 꿈꿔온 스페인 여행
2012년, 나의 말랑해진 마음을 단단하게 해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고등학교시절 “Ola”라는 스페인 인사말을 배울때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 맘을 열정으로 꿈꾸게 한 그 곳으로 갔다. 정열적인 탱고와 투우, 그리고 끊임없이 축제가 열리는 자유의 땅이라 흔히 불리는 스페인. 포르투갈과 프랑스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스페인은 유럽 젊은이들이 가장 여행하고 싶은 나라로 꼽는다고 할 만큼 매력적인 나라이다.
한국에서 스페인까지 한번에 갈 수 있는 직항 노선이 운항중이지만 언니와 함께 16일동안의 여행계획을 짜면서 우린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기로 했다.
프랑스를 경유해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 그리고 스페인의 제2의 수도라 불리우는 바르셀로나를 모두 둘러보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고 처음가보는 유럽이였지만 짜여진 일정대로 누구나 다 가는 곳만 가야하는 패키지를 선택하지 않고 자유여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여행의 모든 것을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를 더 강하게 발전시키고 자신감을 얻고 싶은게 나의 목적이였다. 29년만에 처음 가보는 유럽이기도 하고 2주가 넘는 긴 시간을 부모님과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게 처음이여서 공항으로 가는 내내 설레임반 두려움반… 마음이 참 복잡했다. 인천에서 출발하여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까지 비행시간 18시간 후 시간을 거슬러 온 듯 하루를 두번 경험하게 됐다.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마주친 유럽인들, 게다가 처음 듣는 생생한 프랑스어!
입국심사를 위해 줄을 서고 공항에서 빠져나와 미리 한국에서 예약한 호텔로 이동하는 내내 가슴이 콩콩뛰고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진 않을까 길 잃어버리면 큰일인데 머리가 복잡했다. 그리고 참 동양적으로 생긴 두 이방인에 대한 시선들이 순간 날 외롭게 만들었지만 두려움도 잠시, 모두 다 새롭고 설레기만한 이 여행이 왠지 앞으로의 내 인생도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 만 같았다. 파리에서의 인상적이고 아름다웠던 짧은 1박을 보내고 마드리드로 가는 동양인이라곤 한명도 찾아볼 수 없었던 비행기에 몸을 싣고 세시간쯤 지났을까. 드디어 우린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에 도착을 했다.
내가 고등학생 풋풋한 소녀였을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서적이든 영상이든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고 상상만 해오던 스페인에 내가 있다니, 너무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여행을 시작하는 첫 날 부터 이 모든게 꿈이 아니길, 제발 시간이 천천히 가길 바랬다. 내가 여행갈 시즌에 유럽 경제위기가 악화되고 유럽의 경제위기로 뉴스가 한창 떠들썩하던 때였는데도 막상 내가 그 뉴스안에서 보던 곳에 가보니 사람들은 여전히 활기차 보였고, 여유로워 보였으며 도시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스페인에서의 첫 여행지였던 마드리드는 전통적인 느낌이 많았다. 생각보다 세련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옛 것을 많이 보존하고 지키고 있었다. 웅장하고 아름다웠던 왕궁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첫날엔 비가 내리고 날씨가 흐려서 생각보다 추웠는데 점점 해가 나타나면서 누군가가 하늘에 그림이라도 그려 놓은 듯 너무나 파란 하늘에 흰 구름들, 그리고 초록의 무성한 나무와 따뜻한 햇살이 수많은 여행객들을 흡수하는 것만 같았다. 외국을 여행할 때에는 버스보다는 지하철이 더 정확하고 목적지까지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지하철을 이용하게 된다.
지하철 노선도도 잘 돼 있어서 지하철로 움직일 생각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지하철 구간이 우리나라와는 달리 굉장히 짧아 충분히 걸어다니면서 모든 곳을 다 둘러볼 수 있었고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고 지나갈 때 놓치기 쉬운 부분마저 구석구석 천천히 여행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도심의 번화가나 스페인광장에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지나다니고 테라스에 앉아 햇빛을 피해 바람을 느끼고 여유롭게 앉아 사람들 구경도 하고 스페인어 공부도 하고… 서울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한가로움이었다.
마드리드에서 렌페를 타고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바르셀로나는 마드리드와 비슷한 듯 또 다른 분위기였다. 마드리드가 에스파냐어를 사용하는 반면 바르셀로나는 독자적으로 카탈루냐어를 사용한다. 바르셀로나는 지중해가 닿아있다. 바닷가에 놀러가기도 좋고 시내 곳곳은 관광할 곳 투성이다. 또한 유명한 천재건축가 가우디의 영향때문인지 약간은 특이하고 시선을 끄는 건축물들이 많았다. 골목골목 들어가본 아파트먼트나 빌라의 발코니마다 예쁜 화분들이 여러개씩 놓여져 있었고 마드리드보단 아기자기한 느낌이였다.
스페인음식은 그런대로 입맛에 맞았지만 파에야라는 볶음밥은 생각보다 맛이 짜고 강해서 놀랬고, 돼지고기 뒷다리를 말린 하몽은 보통 바게트안에 익히지 않은 채로 넣어서 먹는다고 하길래 절대로 입에 대지 않았다. 수십년된 베이커리 가게나 초콜릿 가게는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보호를 받고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판매하는 초콜릿 크로와상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올리브가 정말 맛있다. 한국에서도 수입된 올리브를 먹었던 터이지만 현지에서 먹는 그 기분에 조금 다르게 느껴져서 일까,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는 올리브 맛이 최고였다. 여름의 스페인은 해가 굉장히 늦게 진다. 거의 밤 10시가 다 돼야 어둑어둑 해지는데 낮이 길어서인지 간단하게 끼니를 많이 먹고 밤 늦게까지 영업하는 레스토랑도 많았다. 그만큼 밤 문화가 활발하다. 이런저런면에서 나와 정말 잘 맞는 곳인 것 같다! 스페인에서의 추억을 간직한 채 마지막 여행지인 프랑스 파리로 다시 갔다. 오페라 가르니에,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까지 스페인여행도 좋았지만 내가 보고싶었던 미술작품들을 직접 눈에 담을 수 있어서 더욱 뜻깊고 행복했다. 이렇게 나의 10년 동안 꿈꿔온 스페인 여행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하루를 거슬러 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천천히, 여유롭게 그리고 후회없는 시간이였고 복잡하기만한 내 마음을 조금은 내려 놓을 수 있었고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16일 동안의 나의 여행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윤경미
고운미소치과 목동점 일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