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50번째
자신이 할 수 있는 의료봉사
치과대학에 들어오고도 많은 시간이 지나 벌써 본과 4학년이 되었다. 요즘은 병원 임상 실습을 하고 있는데 실제 병원에서 진료하는 과정을 많이 보고 st case로 직접 실습해 보기도 하는 중이다. 이론을 배울 때와는 다르게 치료 술식을 주의 깊게 보게 되고 환자와의 대화방법, 그리고 치과위생사 선생님들의 업무, 보험수가 책정에 대한 것도 관심이 간다. 보면 볼수록 모르는 것, 또 새로운 것들이 많아서 매일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임상실습에 임하고 있다. 임상 실습을 하면서 이렇게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된다는 장점 외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 의료봉사를 하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치과대학을 다니면서 치과의사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시선을 접하면서 이런 시선의 변화에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받은 혜택을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어 이제 나에게 봉사는 하고 싶은 것을 넘어서 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이런 생각의 실천이 요즘 임상 실습을 하면서 가능해지고 있다. 겸수회라는 원광대 보철과 봉사활동 동아리를 통해서 본과 3학년부터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스케일링 실습도 안 되어 있는 상태라서 진료보다는 어시스트에 그쳤었다. 그 때의 봉사활동 중에 뜻 깊었던 일은 크리스마스에 단체로 춤과 노래로 공연을 했던 일이었으니 의료봉사라고 하기에는 조금 많이 부족했었다.
그리고 본과 4학년이 되어 베트남 평화의료연대에서 주최하는 베트남 봉사활동에 참여하였는데 이제는 st. case로 스케일링과 큐렛 등을 해 본 상태라 조금 더 나아가 스케일링을 하기도 했었다.
베트남 어로 ‘입을 크게 벌리세요’라는 말이 ‘하 미엥 떠라’인데 이런 말도 배워가며 즐겁고 보람되게 열심히 했었다. 그래도 다른 선생님과 교수님들처럼 직접 진료를 보지는 않고 주로 잇솔질 교습과 어시스트를 했었다. 이렇게 의료봉사의 꿈이 실현되기 시작했지만 직접 환자에게 의술을 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된다. 환자에게 양질의 진료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그 행위는 진정한 의술을 나눈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 학생이 할 수 있는 주체적인 의료봉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런 의문에 좋은 답이 될 수 있는 활동이 구강검진이라고 생각된다. 산본 원광대병원에서는 이번 달 부터 도장 중학교로 구강검진을 나가게 되었다.
5월 18일 금요일 소아치과 레지던트 선생님 한분과 인턴 선생님 그리고 원내생 여섯 명이 첫 번째 구강 검진을 나갔다. 이 날은 도장중학교의 체육대회 날이기도 해서 야외에 부스를 만들어 두고 구강검진을 실시했다. 처음에는 쭈뼛쭈뼛 오지 않던 아이들도 하나 둘 관심을 보여 오전에 100명의 아이들이 검진을 받았다. 치료를 받아야 할 우식 치아와 잇솔질이 잘 되지 않는 부위를 알게 해주고 칫솔과 치약을 나누어 주었다. 치아의 치료에 있어서 시기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이 된다. 작은 우식은 주의 깊은 관리로 진행을 정지하거나 GI나 레진으로 수복할 수 있지만 범위가 커질수록 직접 수복보다는 간접 수복으로 가게 되고 더 진행되어 신경까지 침범하면 보철물 치료로 넘어가게 되어 경제적으로도 손실이 커지고 치아의 수명도 단축 될 수 있다.
일반인들은 치과를 찾지 않으면 통증이 없는 초기 우식이나 치주질환 등을 발견하기 어려운데 구강검진은 병소가 진행되어 통증이나 임상적 증상이 크게 느껴지기 전인 초기 병소를 인지할 수 있게 해준다.
의료봉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진료를 해야만 의료봉사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런 검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봉사를 실천했으면 좋겠다.
정미리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본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