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55번째
의료선교를 통한 치유의 손길 체험기
내 나이 67세. 3년 전 국립암센터(이하 암센터)에서 ‘신장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수술 후 방사선치료 없이 회복하여 진료에 복귀해서 비록 힘은 들지만 2년 반 동안 치과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암이 더 진행되기 전에 나로 하여금 우연찮은 기회에 암을 미리 발견하게 하셨고 또한 치유함을 주시어 제2의 삶을 허락해 주셨음에 감사한다.
광주기독병원선교회에서 2011년 9월에 인도 꼴라푸르(INDIA KOLHAPUR) 의료선교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김종민 단장님께 치과의료봉사팀에 동참의사를 밝혔던 바, 나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시는 단장님께서는 극구 말리셨다.
나 자신도 수술 후 병약한 몸으로 기후풍토가 우리와 다르고 열악한 인도의 자연환경에서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의료선교단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를 노심초사 걱정하다가 인도 진료 떠나기 전에 신장암 수술 후의 몸 상태와 다른 장기로의 전이는 없나 체크해보기 위해 일산 암센터를 찾은 것이 2011년 7월이었다.
결과는 청천벽력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인도 선교진료를 포기해야 할까 말까 하는 갈등 속에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심적으로 무척 괴롭던 차에 또 다시 ‘대장암’과 ‘직장암’ 판정이 내려졌으니….
정말로 트라우마에 빠져 하늘이 노랗고 온 몸에 힘이 쏙 빠져나갔다. 하나님께서는 왜 나에게 이러한 시련과 고통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주시는 걸까. 내 생애 최근 2~3년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고통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주께 매달리는 길밖에… 기도하는 길밖에…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이사야서를 읽고 또 읽고 기도할 수밖엔 다른 방책이 없었다. 여섯 시간의 대 수술을 무사히 받고 보름 만에 퇴원하여 한 달 동안 밥을 먹지 못하고 죽으로 연명했으며 열흘이 넘도록 기침과 열이 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귀에 곰팡이균이 감염되어 이비인후과 치료를 한 달간 받았고 긴 설사로 인하여 영양공급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가 쉽게 멈추질 않아 이중고 삼중고로 나를 괴롭혔지만 끝내 승리하여 나의 진료실로 돌아와 환자를 보고 있다.
비록 수술 이전처럼 건강한 몸이 아니어서 항상 힘이 없고 나른하지만 인도 꼴라푸르 의료선교팀에 동참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음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인도 의료선교’를 통하여 내 몸에 기생한 또 하나의 암 뿌리를 제거케 하시고 부실한 몸이나마 의료선교에 동참의 기회를 주셨고 영적·육신적 치유를 내게 선사해 주신 것이다.
드디어 2011년 9월 28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8시간의 비행기 탑승과 인도 현지로의 버스길 11시간, 우리 의료선교단은 도합 19시간 강행군을 하였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몸 컨디션이 정상인 사람도 이쯤 되면 온몸이 파김치가 되어 휴식을 취하고 싶을 터인데 나 같은 병약한 몸을 가진 사람이 큰 피곤이 오지 않고 몸이 가볍고 산뜻했다.
국내 있을 땐 평소 그렇게도 무겁고 힘이 없던 바디컨디션이 해외에 의료선교 나와서부터 거뜬해지다니 나는 분명 ‘의료선교체질’임에 틀림없다.
아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보살핌과 함께하심이다.
현지에서의 치료 대상은 에이즈에 의해 부모를 잃은 고아들과 남편을 잃은 과부들 그리고 현지 마을 환자들로서 생전에 단 한 번도 치과진료를 받아 본 적이 없는 의료사각지대의 소외계층의 사람들이었다. 200여명 이상의 많은 환자를 성심껏 진료하시는 김동연 치과원장님의 진지한 얼굴에서 기독인의 인간 사랑을 보았다.
또한 언제 그랬는지 모르지만 우리 의료진이 가는 길이면 길마다 온통 꽃잎으로 길을 포장하여 꽃길을 예비함으로 우리 의료진을 환영해 주었고, 현지 인도인봉사단에서는 일면식(一面識)도 없는 우리 한국의료선교팀 개인 개인을 모두 의자에 앉히고 정성어린 손으로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洗足式)으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표해 주었다.
에이즈 때문에 원치 않는 고아가 되었고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에이즈 보균자가 되어버린 불행한 현실에서도 그들의 표정에서 어두운 그늘이란 찾아볼 수 없이 너무도 밝고 명랑하게 생활하고 있음에 놀랐을 뿐만 아니라, 손들고 진지하게 주께 엎드리는 그들의 간절한 기도에서 천사를 보았으며 우리 의료진 모두 진한 감동과 넘치는 은혜를 받았고, 이역만리 척박한 인도 땅에 소명의식을 가지고 예수복음을 전하고 사랑과 봉사로 이들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신 김의국·강연희 선교사님들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번 인도 의료선교에 동참함으로 우리보다 못한 환경의 세계 이웃들에게 치과진료를 베풀고자 간 것이지만 오히려 그들에게서 영적으로 육신적으로 가슴 따뜻한 감동의 치유를 받고 돌아왔다.
나를 죽음의 흑암에서 두 번씩이나 구원해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감사를 드린다.
부족하지만 살아 있는 한 나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언제든지 어디든지 달려갈 것이다.
이번 인도 의료선교활동에 참가하셔서 정어린 의료봉사를 해주신 의료스탭 모든 분들께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늘 함께 하실 것을 기도드린다.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아-멘.
-임종성
제일부부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