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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6번째) 사람 사귀어가기의 어려움

Relay Essay


제1756번째


사람 사귀어가기의 어려움


어렸을 때도 사람 사귀는 것이 나는 가장 어려웠다. 그래서 먼저 다가가기 보다는 마음에 드는 사람 주변에서 빙빙 돌곤 했다. 그러면서 딱 하나 내가 한 것이 있는데 “저 애와 친해졌으면 좋겠다”라고 간절히 바라고 바란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살다보면 어느 날엔가 그 애와 친구가 되어 있곤 했다. “간절한 바람과 기다림의 힘”이 “들이대는 힘”보다 강력했던 걸까?


아무튼 이제 꽤 나이를 먹은 지금에도 변한 건 옛날보다 약간 더 다가갈 줄 알게 되었다는 것 뿐 기다리고 바라고 있는 스타일은 변함없다.


그러다보니 나에게는 사람 사귀는 것이 왠지 철학 같아지고 도 닦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내가 느끼는 사람 사귀어가기의 어려움은 다음과 같다.
 
1. 찾기가 어렵다.
격이 맞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격이 맞지 않더라도 매력을 느낄만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매력이 없더라도 나에게 지속적으로 착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착하지 않더라도 주파수가 맞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2. 말문을 트기가 어렵다.
 그 사람이 귀찮아하지 않을 정도가 어디까진지 잘 모르겠다.
주고받는 문자를 어느 순간에 정리해 주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의도적으로 이어가는 대화가 어서 물 흐르듯 하는 대화로 바뀌지 않는다면 지친다.

  

3. 조금 알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 어려워지는데….
내가 원하는 관계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결정이 안 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더 할 수 없다.
그 사람은 어느 정도까지 내 안으로 들일 것인가? 그 사람에게는 내가 어느 정도까지 담가질 것인가? 이러한 것들이 자동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서로 원하는 단계의 정도가 다르다면 한쪽이 서운해 질 수 있다.
잘 하는 것만큼이나 오버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한데 오버하지 않으려다가 무심해 보일 수 있다.
서로의 노력의 정도가 다르면 마음 상한다.

  

4. 어느 관계까지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과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결정하는 말과 같다.
아주 많이 친해지면 오래 갈 수 없다(굵고 짧다).
담담하면 오래 간다(가늘고 길다).
원하는 관계의 정도가 서로 다를 경우 관계는 바로 이상해진다.
뭐건 마음을 너무 쏟게 되면 그건 끝나는 전조이다.
절제는 관계 건강의 기본이다.

  

5. 결과적으로…
사회적인 관계는 대부분 허상인 것 같다.
결정 없이 어…! 하다가 만들어지는 관계는 서운함을 주고 받게 될 확률이 있다.
나 같은 사람은 사람을 얻기도 어렵고 언젠가는 흐려지고 자욱해 졌다가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즉,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 제갈공명의 관계는 허구이다.
일생을 관통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그렇게 영웅적일 수 있다니 그런 것이 바로 허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같은 평민의 입장에서는 평생을 감동하면서 사람이 따라붙도록 잘할 줄도 모르고 단지 배신 안하고 담담하게 받는 만큼 주며 준만큼 받는 정도밖에는 모른다.

사람을 얻기는 어렵다
유지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렵고
이별은 늘 가슴 쓰리다

  

홍소미
비너스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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