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58번째
야구예찬
최준호
우리효치과의원 원장
요즘 프로야구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대회 우승. 그리고 2009년 WBC대회 준우승은 기존 프로 야구의 인기에 불을 질렀다. 지난 해 기록적인 680만 관중 수를 뛰어 넘어 올해는 700만 관중을 예상하고 있다.
이런 폭발적인 관중 수 증가의 배경은 뭘까. 예전보다 가족 단위 팬들과 여성 팬들이 야구장으로 모여드는데 있다. 이제 야구는 대한민국의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야구를 좋아했다. 야구 중계를 보는 것도 좋아했고 동네 친구들과 직접 야구 시합을 하기도 했다. 비록 맨 손에 고무공과 플라스틱 방망이를 들고 했지만 시합이 끝나고 나서 누가 더 잘 치고 잘 던졌는지 기록을 갖고 서로 따지기도 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그만큼 기록을 관리하고 분석하는 일은 야구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그 땐 지금처럼 스포츠 신문이 따로 발행되지 않았다. 방과 후 집에 와 석간 신문 스포츠 면에 나와 있는 각종 야구 기록 순위표를 보고 외우곤 했다. 그런데 그 당시만 해도 타율, 홈런, 타점, 도루, 방어율, 다승 등의 순위표에는 선수들 이름이 모두 한자(漢字)로 나와 있었다. 그걸 읽겠다고 옥편을 옆에 끼고 낑낑대던 기억이 선명하다.
하지만 중학교 이후로는 야구와 멀어지게 된다. 고무공과 플라스틱 배트, 맨손으로 야구를 하는 것이 창피하다고 느낄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제대로 장비를 갖추고 하기엔 너무 돈이 많이 든다. 더군다나 다른 구기 스포츠와는 달리 야구를 하려면 더 넓은 공간과 펜스, 안전망 등이 필요하다. 농구나 축구로 전향할 수 밖에 없었다. 야구는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치과대학에 들어온 이후 다시 야구와 연을 맺는다. 이상하게도 다른 단과 대학과 달리 의약학 계열에는 야구 동아리가 거의 있다. 하지만 우리 대학에는 없었다. 없으면 만들자. 동기들과 야구 동아리를 창단했다. 교내 리그를 만들어 꾸준히 시합을 가졌다. 졸업 후에는 ‘덴탈코마스’라는 사회인 야구팀에 가입했다. 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팀원들은 모두 치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자랑 한 번 하자.
‘덴탈코마스’는 2011년 전남 강진에서 열린 제1회 치과야구연맹 대회에서 우승했다. 올해 대전에서 열린 제2회 치과야구연맹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이번 가을(10월13일, 14일) 전남 화순에서 제3회 치과야구연맹 대회가 열린다.
이런 토너먼트 대회 말고도 우리 팀은 리그 두 곳에 가입해서 연간 20게임 정도 소화한다. 말이 1년이지 실제로 야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3월부터 11월 까지 9개월 동안이다. 그래서 한 달에 최소 2번 야구 시합을 한다.
토요일까지 열심히 일하고 지친 몸, 일요일 하루는 푹 쉬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에라도 홀린 것처럼 일요일만 되면 주섬주섬 야구 장비를 챙긴다. 좋아하니까 하는 거다. 돈 줄 테니까 하래도 못한다. (물론 액수에 따라 다르다)
도대체 야구의 어떤 점이 이토록 매력적인 걸까. 분석해 보자.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야구를 자랑해보자. 불가능하다. 자랑은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이다. 편파적이다. 다른 스포츠랑 비교할 수 밖에 없다. 원래 잘난 척은 비교할 상대를 좀 깎아 내리면서 해야 제 맛이니까.
야구 말고 다른 구기 운동을 좋아하는 분들 중에서 혈압이 높거나, 임신부, 노약자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기를 부탁 드린다.
첫째, 야구는 우리의 소중한 몸을 보호할 줄 아는 스포츠다. 어떻게? 헬멧을 착용하여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뇌를 지켜준다. 대뇌의 잔주름은 소중하니까.
축구, 농구, 배구, 테니스, 탁구, 핸드볼 등을 보자. 반바지와 티셔츠 쪼가리 하나만 달랑 입고 뛴다. 차원이 틀리다. 단지 그것 뿐인가. 그대가 바라는 그것은. 그것 뿐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자랑 따위는 할 생각도 안 했다.
타자를 보자. 헬멧은 기본이요. 팔꿈치 보호대와 발목 안쪽 보호대를 착용한다. 출루해서 주자가 되면 손바닥 까질까 봐 도루 장갑으로 바꿔 낀다. 철저하다.
슬라이딩 하다가 허벅지 쓸릴까 봐 슬라이딩 팬츠를 미리 입고 나온다. 세심하다.
포수는 거기다가 낭심 보호대까지 찬다. 완벽하다.
둘째, 야구는 우리나라의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 그 인본주의를 계승하는 유일한 운동이다.
너무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이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같다고? 6채널 돌비 시스템으로 들어보자.
다른 구기 운동을 보면, 모두 다 ball이 들어가고 넘어가야 득점이 인정되고 승패가 나뉜다. 물론 그 공을 움직이는 건 사람이지만, 어쨌든 최종적으로 점수를 결정짓는 건 공이다.
하지만 야구는 다르다. 특별하다. 타자가 출루해서 홈에 들어와야 득점이 인정된다. 사람이 중심으로 우뚝 서는 스포츠.
야구는 인본주의의 시작과 끝이다.
셋째, 야구는 유기적으로 구성된 완전체 스포츠다. 무슨 말일까? 9명의 멤버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 중 한 명이라도 없으면 야구는 그 정체성을 잃고 소멸된다. 정식 시합은 물론이려니와 연습 게임조차도 9명이 없으면 이상하다. 투수와 포수, 내야 4명, 외야 3명은 그 자체로 완전해서 어느 하나 더하거나 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축구를 보자. 11명이 정원이다. 하지만 얼마든지 그 이하의 인원으로도 연습 시합은 가능하다. 농구는 5명이 정원. 하지만 3:3 길거리 농구 안 해 본 사람 있을까. 비치 발리볼은 2:2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야구는 7:7 야구라는 건 해 본 기억이 없다. 9명이 모두 모여야만 비로소 시합을 하고 즐길 수 있다. 야구의 9명은 부분이면서 동시에 전체다.
써놓고 막상 다시 읽어 보니 조금 부끄럽다. 선을 넘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어쩌랴.
좋아하는 대상을 찬양하는 것이다. 객관적이고 공평한 시선은 필요 없다.
뭐니뭐니해도 야구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