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60번째
갑작스런 인간성의 변화
어려서 공부 잘하고, 착하기만 하던 사람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위 관료, 아니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지위에 오르는 순간부터 안하무인격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기를 헌신적으로 보살펴 준 은인들을 문전박대하기 일쑤이고, 심지어는 자신을 낳고 길러주신 부모를 귀찮아하기도 한다. 못 배워 무식한 부모가 자신의 전도 창창한 앞길을 막고 있다는 패륜아적인 사고방식 때문이다.
방송매체에 출연하여 자식이 공부를 잘 하고 못하고가 인생에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제 몫을 다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여 만인들을 공감시켰던 꽤 알려진 그 분의 자녀가 사실은 자기 아버지가 공부를 못하는 자신을 문전박대하고 심지어는 애비의 앞날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겨 서로 원수처럼 지낸다고 한다. 자기 아버지는 밖에 나가서는 더 할 나위 없는 좋은 아빠처럼 포장하고 다니는데 그 모습이 역겹다고 했다.
뚜렷한 주관 없이 갑자기 권력을 가지게 되는 사람이 취하는 행동거지는 마약에 의존하는 사람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높은 위치에 서서 아랫사람을 거느리다 보면 거드름을 피우고 아랫사람들은 설설 긴다. 그 모습을 보고 행복과 만족을 느낀다.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작용과 유사하다. 쾌감에 젖어들면 더 더욱 의욕적으로 이런 일을 반복하게 되고 점점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면 모험적인 행동을 하고 쉽게 흥분하게 되고, 에너지가 필요이상으로 과도하게 분비되어 과로를 초래하게 된다.
마약을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행복해지고, 희열을 느껴 자신도 모르게 상황판단 못하고 탐닉하게 된다. 그러다가 약효가 떨어지면 평정을 잃고 불안해하며 급기야는 마음이 동요를 일으키기도 하여 성추행을 하기도 하고, 폭행을 일삼다 철창신세를 지기도 한다.
권력을 가지게 되면 마약을 하는 것처럼 변하는 사람도 있다. 성격이 공격적으로 변하고,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잘 생긴 여자를 탐하게 된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다가 급기야는 매스컴을 장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죄의식이 없어지다 보니 진실을 우습게보고, 다른 사람들이 절절매는 모습을 보며 만족해한다. 상대방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있다는 확신감이 서기 때문이다.
권력을 마음껏 누리던 사람들이 은퇴했을 때 정말 힘들어 하는 것은 살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갑자기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황당함 때문이라고 한다. 당장 주민등록 등본이나 초본을 떼러 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기다리는데 익숙하지 않다 보니 성질부터 낸다고 한다.
내 친구들이 대개 55년 아니면 56년 원숭이 띠라서 현업에서 물러난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시간이 많아서 일까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참석하는 인원이 많아졌는데 만나보면 너무 젊은 나이게 직장을 떠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재 60이 넘으면 예상 수명이 100세라는데 하는 일 없이 40여년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기도 하다.
문명의 혜택으로 생활이 편리해지고 오래 살게 된 것은 확실하지만, 정년이 되어 직장을 떠난 사람들에게는 돈에 시달리며 오래 살아야 하는 것이 오히려 신의 저주로 받아 들여 질 수도 있다. 옛날처럼 60이 되면 살 날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여 환갑잔치 성대하게 치르고 생을 정리하다가 사라지는 것이 삶의 질로 볼 때는 훨씬 좋았는지도 모른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옛날에는 지금처럼 심근경색, 관절염, 당뇨, 고혈압 같은 생활 습관병이 발현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요즘은 오래 살아야 하다 보니 질환 하나쯤은 친구로 여기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치매에 걸려 과거를 깡그리 잊어버리고, 미래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마구 설치며 쏘다니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더 편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들어 성격 한번 대차게 내질러 보는 것도 삶은 마감하는 한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의 내용이 노부부의 진솔한 사랑이야기라고 한다. 높은 지위에 올랐어도, 나이가 들었어도 차가운 머리로 냉철한 판단을 하고, 따뜻한 가슴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으면 좋겠다.
류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