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62번째
구강건조증과 통섭의학 (상)
글재주 없는 필자가 우연한 계기로 수필청탁을 받고 망설이던 중에 필자에게 굴욕(?)이 될만한 사건이 생겼다. 나름대로 30년간 dentures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보니 수천케이스에 이르는 의치를 제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총의치 아틀라스를 발간한 시점과 공교롭게도 일치했는데….
1년전부터 다니던 할머니 의치환자로부터 환불을 요청받으면서 욕설과 멱살을 잡힌 사건이다.
평소 귀엽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작은 체구의 어르신이었는데 그날은 눈빛이 치매를 떠오르게 한다. 순간 사람이 무섭고 배신감도 든다.
상악 총의치와 하악의 불량보철물(하악 전악이 하나로 연결된 bridge로 구치부 치관은 내부에서 부서져내려 치근만 일부 남아있는)상태였고 그러다보니 대표적인 combination syndrome case고 전신질환에 의한 구강건조증이 있어서 구강점막이 한마디로 엉망인 상태였다. 이 경우 총의치 환자로서는 금기에 속하는걸 알면서도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던 동기는 아마도 그 많은 덴쳐케이스를 해본 필자의 잘난 척이 발동한 이면에…이런 환자들도 대학병원에 갈 수 없는 건강상태나 여건이라면 주변에서 누군가는 보살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측은지심(?)이 동했을 수 있다. 무치악은 치과적으로 장애다. 필자에겐 무치악인 노모가 계시다. 평생 골골하셔서 여태 옆에 계셔주심이 기적인, 그러다보니 치아가 조기 상실되어 필자가 본 가장 최악의 무치악환자이나 그래도 필자가 해드린 의치로 저작을 하시니 그로 인해 잘난척하는 용기를 얻게 해주심이 아닐까 종종 생각한다.
문제가 된 그 환자의 경우 복합적인 전신질환으로 약물복용이 과다하여 구강점막전체 심지어 입술까지도 전체 발적이 되는 양상을 보여 다니시는 내과에 의뢰를 해보았으나 번번이 내과적으로 문제없다는 무지의 소리를 전해들었다. 난감하였지만 내과에서 도움받지 못한 그 환자가 오시면 금연도 강조하고 구강건조증에 도움되는 인공타액효소제도 발라드리고 대증요법적으로 친절하게 최선을 했다.
처음 상악 총의치를 해드리고 반년이 지난 다음에 그 환자의 큰 아들도 타 치과에서 임플란트픽스쳐 심어놓은 부위에 보철을 할 수 없나 문의를 하여 완곡히 거절하기도 하였다. 이는 필자에게 적대감만 있었던 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악도 보철물 일부를 절단하고 잔존치근을 발치하고 최소비용의 국소의치를 시술하여 구치부교합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이후 환자의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됨을 볼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대증요법적인 처치 말고 치과의사로서 할 수 있는 해결방법이 많지 않았다. 건강이 악화되다보니 수차례 큰 아들과 동행을 하였고 아들에게도 그런 상황에 대해 여러 번 자세히 설명을 하였다. 아들도 수긍을 하였는데 수 개월만에 갑자기 환자가 나타나 욕설과 멱살을 잡고 환불을 요청하였다. 과거에 다른 치과에서는 3일 만에 쉽게 환불 받았었는데… 그것도 두군데서 란다. 알고 보니 전력이 있었다. 여기는 왜 환불이 안되느냐며 소동을 피워 어쩔도리 없이 경찰에 신고하였다. 물론 아무 불편이 없는데 환자가 불만을 표시하진 않는다. 문제는 그 원인요소를 치과의사가 해결할 수 있지 않다는데 있다. 구강건조증은 의치환자에겐 적이다. 의치가 없으면 저작을 할 수 없는 장애상태가 된다. 이는 전신질환의 치료에도 중대한 영향력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일반의사들의 구강건조증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도는 미미하다.
폐경기 환자의 경우도 이처럼 구강건조증으로 인한 불편한 증상을 수반하는데, 산부인과선생님의 도움을 잘 받으면 호르몬 검사 후 적절한 호르몬투여로 개선이 되는 경우도 보았다. 문제는 의식주중 먹는 즐거움과 직결된 입안의 상태가 일반의사들에겐 인지영역 밖이란 점이다.
<다음호에 계속>
이수빈
아라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