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66번째
매일을 축제처럼 즐겨보자
12일 일요일, 올 여름 국민들에 기쁨을 주던 2개의 큰 축제가 막을 내렸다. 첫 번째는 런던 올림픽으로, 멀리 런던에서 밤늦은 시간에 전해지던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들은 이 지구촌의 큰 축제를 우리 국민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게 해주었고 유난히도 무더운 날씨로 잠 못 이루던 밤들을 그나마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
두 번째는 올 5월부터 3개월 간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조선시대 전라좌수영이 있던 우리나라 남쪽도시 여수에서 열린 여수 세계박람회이다. 여수는 가수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라는 노래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이 꼭 와보고 싶어 하는 다도해 중심에 위치한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104개 참가국과 1만3천여 회가 넘는 문화공연 등이 어우러져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서도 몇 시간씩 줄을 서며 800만여 명의 관람객이 함께 즐긴 최근 국내에서 열린 가장 큰 축제였다. 이 둘이 한날에 동시에 끝나 나로서는 무척 아쉽다.
축제(祝祭)는 우리말로는 잔치, 외국어로는 festival, festivities, carnival 등이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유명 축제로는 참가 인원수만 10만명으로 평생 안보고 죽으면 억울하다는 브라질의 리우 삼바 카니발, 매년 10월 약 6백만 명이 함께 즐긴다는 독일 뮌헨의 맥주 축제인 옥토버 페스티벌, 겨울에 열리는 이웃 일본의 삿포로 눈꽃 축제, 매해 8월 마지막 주의 하루를 골라 약 2만 명의 젊은이들이 죽음도 불사하며 함께 즐기는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등등이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6월경 남미여행 중에 페루 잉카의 유적지인 마추피추에 가기 위해 잉카의 옛날 수도로 1백만 명이 넘게 살았다던 해발 3400m 안데스산맥 분지에 위치한 도시 쿠스코에 3일간 머물렀던 적이 있다. 마침 남미 3대축제 중 하나인 태양축제 기간이라 내가 머물던 주말 내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남녀노소 거의 모든 주민들이 광장에 모여 거리행진과 춤을 추며 즐기던 쿠스코의 축제가 잠깐이나마 사진을 찍으며 함께 즐겼던 최근의 대표적인 축제였다.
이들 세계적인 축제들은 주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함께 참여해 즐기면서 세계적인 축제가 된 것 같다.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주민들 생활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이제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
예로부터 우리는 춤과 노래를 좋아했던 민족이다. 인터넷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에도 봄의 꽃 축제에서 겨울 눈 축제까지 계절별로, 서울에서 땅 끝까지 지역별로, 음악, 미술, 영화 등등 장르별로 정말 수백 가지 축제들이 쉴 새 없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의 축제들이 지역에 국한된 소규모 축제에 머물고 있어 아직 우리에게는 세계인들과 함께 즐길만한 대표적인 축제가 없다는 게 무척 아쉽다. 우리의 축제에 세계인들이 함께 한다면 자연스레 서로의 문화가 공유되고 즐겁던 기억들이 서로에게 추억으로 남아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해도 홍보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나에게도 좋은 추억의 여행지는 항상 마음 한켠에 남아있고 때때로 그립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얼굴은 굳어있고 얼굴에 미소를 찾기 힘들다. 여유롭게 즐기기 보다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살고 있다. “매일을 축제처럼 살 것이냐? 끙끙거리며 숙제하듯 살아갈 것이냐?”라는 말이 있다. 우리 모두 매일 매일 나를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도록 축제를 만들어가자. 오늘 맘에 드는 축제가 없었다면 맘에 드는 축제를 스스로 만들자.
모든 것은 우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박상원
전남대 치전원 보철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