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68번째
패러다임을 전환하라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부모라면 누구라도 자녀교육이라는 중요한 과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자녀가 원하지도 않았건만 부모는 무조건 최고의 교육을 강요하기도 한다. 때로는 청소년들이 과도한 욕심으로 부모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이제는 더 이상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지만 여전히 청소년들에게는 학업의 부담이 그들을 힘들게 한다. 그러면,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법으로 도와주어야 할까?
치과의사의 자녀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부모님이 의사라서인지 주변과 본인 스스로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기대치가 높다. 이런 부담감은 때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나, 반대로 공부보다는 다른 길을 찾게 하기도 한다.
둘째로, 진짜 고생을 모른다.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 물론, 이것은 비단 치과의사의 자녀뿐 아니고 요즘 자라나는 세대 모두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요즘은 경기하락과 과잉경쟁으로 치과의사라 할지라도 빚과 적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으나 우리의 배우자와 아이들에게는 아무리 설명해도 도무지 피부에 와 닿지 않는가 보다.
셋째, 부모가 전문직이라서 스트레스가 많다. 따라서, 우리의 자녀들은 따뜻한 칭찬의 말 한마디와 포근한 부모의 사랑에 굶주려 있기도 하다. 하루 종일 환자와 진료업무에 시달린 부모의 스트레스를 집에 가지고 가면 자녀들에게 독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우리의 자녀를 향한 사랑이 올바로 자녀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여기,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하나, 공부의 재미를 빼앗지 말라. 우리들 아이 왈, 엄마가 공부해라 잔소리 하는 순간 오랜만에 겨우 돌아온 ‘공부하고 싶은 마음(feel)’이 사라졌단다. 말도 안되지만 사실 말이 된다. 부모가 재미있게 책을 보고 히죽거리며 공부하는 재미를 보여주는 것 말고, 잔소리는 오히려 자녀들의 공부재미를 빼앗는 길이다.
둘, 집을 일찍, 많이 떠나게 하라. 도대체 자녀를 위해서 언제까지 A/S 할 예정인가? 집을 나가서 안 들어오는 자녀를 위해서 걱정하지 말고 집에만 박혀 있는 아이들을 걱정하라. 아무리 독립심 강하고 성실한 자녀도 계속 부모 옆에 끼고 있다면 안전할 지는 몰라도 철없는 성인아이를 키우는 일이다. 때로는 안타깝지만 20살이 넘으면 부모를 떠나 세상을 경험하도록 기회를 주라. 젊어서 여행한 거리만큼 고생한 깊이만큼, 그만큼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사는 것 아닌가!
셋, 자녀에 무관심하라. 시간 있으면 자녀보다는 부부끼리 엄청 재미있게 놀자. 주식과 자녀는 관심을 지나치게 가질수록 망가진다. 필자가 아는 청년은 게임중독이라서 6개월간 밖에도 안 나가고 게임만 했다. 엄마가 제발 그러지 말라고 잔소리하고, 아빠가 협박할수록 게임은 점점 재미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부모가 포기하고 게임을 하던 방에서 처박혀 있든지 신경 안 쓰고 다른 가족끼리 재미있게 지내자 갑자기 게임이 재미가 없어서 중독에서 탈출했다고 한다.
넷, 시시콜콜한 장점 하나로 승부하라. 우리의 자녀가 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눈을 씻고 보면 잘하는 구석이 있다. 방도 안치우고, 공부도 안하고, 먹기만 하고, 놀기만 하는 자녀라고 기를 쓰고 장점을 하나만 찾아내어 밀어주라. 정말 그러고 싶지 않지만, 자녀를 진정 사랑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들이 살맛이 난다. 혹시 아는가? 별거 아닌 일로 부모에게 칭찬을 들은 자녀가 전혀 바라지 않던 공부를 시작하고 나중에 효도하겠다고 팔 걷고 달려들지….
다섯, 자녀 때문에 부부싸움하지 말라. 부부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오래 살다 보면 부부간의 애틋한 사랑이 식을 수도 있다. 그래도 자녀들 때문이라도 부부는 더욱 사랑을 표현하고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demonstration할 필요가 있다. 가장 훌륭한 자녀교육은 부모가 싸우지 않고 타협하며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부부가 함께 취미활동하고 사랑하므로 자녀들이 부모에게 도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자녀를 위해서 자녀에게 져주면 안 된다. 우리의 나이가 70이 넘어도 부모는 영원히 자녀에게 사랑과 존경의 자리에 존재하는 것이 가장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여선구
서울텁츠치과의원 원장
페이퍼학습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