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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1번째) 치의미전을 준비하며…

Relay Essay
제1771번째


치의미전을 준비하며…


덥다, 덥다 했던 올 여름보다도 더 무더웠던 1994년. 나의 대학생활이 시작되었다. 많은 동아리의 선배들이 우리들에게 손짓을 해왔다. 합창동아리, 농구동아리, 응원동아리, 사진동아리, 진료동아리 등등. 그 중 내 대학생활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동아리는(흘)’ 이다. 기뻐할 흘. 그림을 그리는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나의 유일한 동아리는 미술부였고 경희치대 미술부의 이름은     이었다. 그림에 별로 소질은 없었지만 마음씨 좋은 형들과 동기들이 함께한 동아리 활동은 즐거웠다. 다행히도 미술부에는 ‘미’부와 ‘술’부가 있었기에…^^ 우리 동기 5명은 무척이나 잘 뭉쳤고 ‘미’와 ‘술’ 모두에 열정적이었다.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미술부 제2의 전성시대랄까?


우리 동기들은 매주 모임은 물론이거니와 겨울방학 동안 학교 앞 미술학원에서 특훈(?)을 통해 기량을 갈고 닦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마땅한 전시회장이 없어서 치과대학 통로 벽에 전시를 했던 우리에게 그럴 듯한 전시회장이 생긴 것이다. 학생회관(정확히 맞는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지하에 생긴 ‘경희갤러리’. 경쟁률이 치열해서 대여하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던지… 무척 오랜만에 들춰본 사진과 함께 전시포스터 준비며 전시회 전날 늦게까지 전시회장 벽에 그림을 걸고 조명을 맞추고 이름표를 붙이던 기억이 떠오른다. 전시회 당일 리본 커팅식. 당시 지도교수를 맡으셨던 김여갑 교수님과 미술부 선배님이자 현재 지도교수를 맡고 계신 권긍록 교수님도 함께였다. 우리의 작품이 얼마나 빛나 보이고 뿌듯하던지….


그 중에도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은 역시 비밀 프로젝트일 것이다. 우리는 매주 수요일 저녁 치과대학 강의실의 문을 걸어 잠갔다. 김여갑 교수님의 배려로 ‘누드 크로키’를 시도한 것이다. 호기심과 기대 속에서 모델이 들어왔고(물론 여자모델이었다) 조용한 가운데 우리는 그리기에 집중했다. 아니, 집중하려고 했다. 비밀 프로젝트는 본과 1학년 한 학기 동안 진행되었고, 그 해 가을 전시회에 누드크로키를 전시했다. 그 동안 문 걸어 잠그고 뭘 하는 건지 궁금해 하던 다른 동기들이 매우 부러워했던 기억이….


원내생이 되고 다행히 우리들의 부족한 수준을 끌어올려 줄 미술 선생님도 오셨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후배들을 돌봐주시는 고마운 분이다. 선생님의 덕분으로 후배들의 실력은 일취월장.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10여년이 지나 이제는 가끔씩 유명 전시회 관람과 미술부 전시회 참석, 모임에 나가 술 사주는 게 전부다. 학부 6년 동안 열정을 바친 동아리 활동에 비춰 허전함과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얼마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주관으로 ‘치의미전’을 개최한다며 나에게 행사 준비를 함께 하자는 연락이 왔다. ‘치의미전’은 치과의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멀어져 가고 있는 요즈음 전시회를 통해 국민들과 조금 더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함이다. 전시회장을 미리 둘러보고 나니 어떤 작품들이 걸릴지 상상해보게 된다. 일상에 바쁜 치과의사 선생님들의 호응이 얼마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대학생 때 전시회 준비하던 기억을 되살리며 첫 ‘치의미전’을 열심히 준비하련다.


정재욱
푸른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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