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76번째
카메라에 치과를 통째로!
입학한지도 엊그제 같기만 한데 벌써 부담스러운 졸업반이다. 주위의 권유로 치위생과에 지원하게 됐고, 처음엔 과연 나하고 잘 맞는 직업일까? 하는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고 내 성격과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동안 더 열심히 학교생활을 해왔지만 삼학년이다 보니 취업걱정도 되고 과연 임상에 나가서 학교에서 배운 만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다.
이런 마음을 교수님들께서도 아셨는지 여름 방학을 앞두고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특강 프로그램들을 개설해 주셨다. 그 중에는 2학년 때부터 참여하고 싶었던 ‘치과임상사진촬영과정’이라는 인기 있는 특강프로그램이 있었다. 작년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되지 못해 아쉬워하며 3학년 때는 꼭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 여름 특강 프로그램으로 이 프로그램이 또 다시 이슈가 됐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눈치경쟁을 하다가 세상에서 제일 공평하다는 ‘가위 바위 보’에서 묵! 을 내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 할 수 있었다.
수업에 대한 기대는 컸지만 다른 특강에 비해 5일간 매일 8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꼭 들어보고 싶었던 특강이었고 이 과정에 대해 배워 두면 임상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첫 수업을 시작으로 이틀간은 카메라에 대해 어린이가 처음 말을 배우는 것처럼 카메라 구조와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했다. 특강을 신청할 때에는 단순히 교정학 실습시간 때와 같이 사진 촬영하는 방법만 배우는 시간인 줄 알았는데 어색한 두 단어 ‘조리개’와 ‘셔터’로 수업은 시작됐다. 버튼들을 직접 눌러보며 차근차근 카메라에 익숙해질 때 쯤 교수님께서 내주신 과제를 하러 밖으로 나가 땀을 뻘뻘 흘리며 촬영을 했다. 버튼 하나, 하나에 생각을 담아 열심히 찍었고 내가 원하는 모습의 사진이 만들어 졌다. 과제를 하고 돌아오면 교수님께서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보시며 설명해 주셨고 내가 찍은 사진을 직접 설명할 기회도 주셨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는 말처럼 나도 내가 찍은 사진들이 모두 작품 같았지만 직접 설명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잘못된 점을 찾으며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카메라와 함께 이틀을 보내고 셋째 날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사진을 저장하고 보관하는 방법, 포토샵을 사용해 일부를 수정, 보완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포토샵을 할 줄 몰랐던 나는 촬영 시 잘못한 부분들을 클릭 한번으로 고치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사진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연습을 마친 후 교수님께서는 영화포스터의 주인공 사진을 친구사진으로 자연스럽게 바꾸는 방법도 알려주셨다. 배운 내용을 응용해보니 포토샵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친구들과 완성된 포스터를 보며 서로 배를 잡고 웃느라 정신도 없었던 것 같다.
남은 마지막 이틀 동안은 구강 내, 외 촬영을 하며 실제 임상에서 촬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실습했다. 교수님께서 카메라의 전문적인 내용을 말씀하시는데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우리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전 수업에서 꼼꼼히 배워 둔 내용들은 수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 같다.
간단하게 이론수업을 마치고 연습을 하는데 구강 내, 외를 촬영하는 것이 야외촬영보다 카메라에서 여러 가지를 알맞게 조작해야하고, 간격, 대칭, 등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하나를 맞춰서 찍고 보니 또 하나가 문제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또 다른 하나가 문제였다. 친구들과 서로 의논하고 연습을 해보니 문제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촬영에 익숙해져갔다. 그리고 이 시간에는 상호실습을 하게 되서 친구가 연습하는 동안 내가 친구의 환자가 되어주기도 했다. 내가 촬영하는 동안은 환자를 생각하지 않고 카메라를 통해 찍힐 사진만 생각했는데 환자가 되어 누워서 retractor를 잡고 있을 때는 환자의 불편한 마음이 이해가 갔다. 그래서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하게 촬영하는 것을 많이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께서는 이런 모습들을 보고 retractor를 요령있게 사용하는 방법과 거울을 통해 간접적으로 잘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셨고 나와 친구들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연습했다.
방학기간 중 5일 동안은 ‘치과임상사진촬영과정’이라는 특강 프로그램으로 바쁘게 보낸 것 같다. 처음에 길다고만 느껴져 여유롭게 지나갈 것 같던 40시간이 이제 와서 돌아보니 정말 짧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처음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 생각했던 것처럼 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가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야외에서 촬영 연습을 하면서 햇볕 쨍쨍한 여름 날씨에 새까맣게 탄 살갗도 왠지 자랑스럽다.
이번 강의를 통해서 임상에서 사진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 프로그램이 내가 임상에서 한 가지 일을 더 자신감 있는 태도로 잘 할 수 있게 도와 준 것 같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지만 배운 것을 생각하며 더 많이 연습해서 임상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권서경
대구보건대학교 치위생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