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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1번째) 절 사랑하시나요?

Relay Essay
제1781번째


절 사랑하시나요?


뜬금없이 나이 50이 넘어 흰머리와 검정머리가 반반인 사람이 아직도 사랑 타령인가 싶을 것이다. 난 요즈음 사랑을 구걸하고 산다. 엄밀히 말하자면 하트를 구걸한다. 체면에 직접적이진 못하고 “아들 엄마 사랑해? 그럼 표현해봐”라고…참 구차하다. 그럼 아들은 도도하게 “내가 대신 해줄게” 혹은 “또 야?”라고 이야기 한다. 아들이 게임 순위 상승을 돕는 것은 자존심에 허락할 수 없다. 또한 둘이서 함게 하는 것도 허락하지 못한다. 서열은 나의 실력만으로 쟁취하리라 다짐하며… 아들과 나의 대화를 이해 못하는 아날로그시대의 남편은 이상한 듯 쳐다본다.

  

어느 날 딸아이가 요즈음 전철이건 시장이건 나이에 불문하고 열풍인 게임하나를 보내왔다. 다운받았으나 계정을 몰라 로그인 하지 못하고 또 며칠… 보다 못한 딸아이가 이번에도 해결해 주고 드디어 애니팡~~~~ 그와 만났다. 나의 하트를 뺏어가는 그를….


처음 만나는 날 아이들에게 게임방법과 하트 확보법 등을 교육 받고 클릭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아야 할 것에 주의를 받으면서도 내심 그동안 한게임 포포조이에서 습득한 솜씨를 믿고 이쯤이야 하는 자만심에 차 있었다. 어라 그런데 이건 다르다. 일단 화면의 크기가 다르고 손놀림도 다르고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짧다. 장거리 선수인 나에게는…


나의 아이폰 4의 터치감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적은 화면(둘이 함께 도전하긴 불가함)과 둔탁한 손놀림, 노안 그리고 이놈의 큼직한 손가락이 도와주지를 않는다.


결국 난 돋보기와 지구력이란 단어에 의존하고 있다. 넓은 인맥의 자비로움 속에….


카카오톡의 몇 백 개 접속 번호 중에 그래도 100위권이라는 서열에 흐뭇해하면서 곧 2자리 순위로 등극할 날을 기대한다. 


지인들이 나의 상황을 어찌 아는지 마음을 보내준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보건소 근무 쌤들이 보내주는 하트는 무료로 받을 순 없고 5번 보내주면 보건사업 자문 한번으로 답례를 해볼까? 학생들이 보내주는 것을 받으면 이건 뇌물 일까? 내 아무리 구차해도 지인을 초대하는 것으로 하트를 벌진 않으리 다짐도 해본다. 


처음 지인으로부터 하트가 도착한 날부터 며칠은 일일이 감사 메시지를 날렸다. 나에게 일분의 게임시간을 연장해준 사람들이 너무 고마워서…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 또한 촌스러운 짓을 하고 있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하트를 보내준 제자에게 애니팡에 도전 중인걸 어찌 알고 적절한 시기에 하트를 보냈냐 했더니 제자 왈 아디가 빈손이라 그런 줄 알았다고 답한다. 어떤 개그우먼의 유행어처럼 “너 참 윗~~~트 있다.”    

  

난 오늘도 서열을 바꾸기 위해 눈이 블링 블링한 그녀가 화면에 나타나길 기다린다. 눈물 가득한 눈으로 주변과 함께 사라지는 그녀를…


그리고 곧 다가올 중간고사 기간 아이들이 열공할 때 서열을 바꾸리라 다짐해 본다. 그동안 손가락 근육을 키워서….

  

컴퓨터를 또는 핸드폰을 통한 많은 게임이 있다. 고스톱이 방금 게임 이기고 사라진 사람이 있으면 게임하는 방을 찾아 그 사람이라고 꼭 지목해 주는 뒷 끝 있는 게임이라면 애니팡은 기부를 실천하는 게임이 아닐까 한다.

  

꿈이 하나 있다.


나도 언젠가는 지인들이 내게 하트를 보내기 위해 한참 찾아야하는 번거러움을 주지 않으리라 그리고 하트를 받기보다 마구 날리며 기부하는 여유의 그날이 오기를….

  

황윤숙
한양여대 치위생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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