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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7번째) “입뒀다 뭐하요!”

Relay Essay
제1787번째


“입뒀다 뭐하요!”


작년 이맘때쯤 이었다. 중3이던 딸아이가 토요일밤 갑자기 토할 것 같고 배가 아프다고 하여 태어날 때부터 다녔던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다. 응급실에는 언제나 교통사고 환자에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 자녀를 응급실에 데리고 가본 부모는 모두들 알 것이라 생각한다. 접수를 하자 실습 나온 간호학과 학생이 침대에 안내를 하고 10여분이 지나 딸아이의 순서가 되자 인턴선생이 와서 간단히 체온을 재고 문진하고 갔다.


아무런 이야기 없이 기다리기를 20여분, 접수에 앉아 있는 간호사와 옆에는 응급실 담당 수련의 정도로 보이는 의사가 컴퓨터만 마냥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아프다고 칭얼대는 딸아이를 보며 기다리는 20여분은 1시간 같았다.


한번 성질을 내면 앞뒤 가리지 않기에 감정을 억누르고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불같은 나의 성격을 알기에 집사람은 내가 나서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아파하는 딸아이가 방치 되고 있다고 생각한 집사람이 나에게 한번 가서 상황을 알아보라고 눈치를 하였다.


접수로 다가가서 응급실에 온지 30분이 되었고 의사분이 문진을 하고 챠팅을 한지 20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설명 없다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전문 용어를 사용하며 의료에 대해 문외한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시켰다.


간호사 말이 지금 치료를 위해 준비 중이며, 준비가 다되어 바로 치료 들어간다고 하였다. 그 순간 내 입에서는 참고 참았던 그래도 부드럽게 내 감정을 표현한 말 “입뒀다 뭐하요!” 내 말을 듣는 간호사님들은 황당했으리라.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에게 하는 말치고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말이니. 간호사 말대로 준비가 다 되어서인지 아니면 내가 민원을 제기해서인지 딸아이의 진료가 바로 진행이 되었다. 수액을 맞는 동안에도 간호사님들이 민망할 정도로 계속 관심을 보여주었다.


월요일 출근하여 진료를 하며, 환자분 중에서 원장인 나에게 아니면 치과위생사에게 응급실에서 나와 같은 말을 하고 싶지만 무척이나 참는 환자분들이 계신지 진료실 상황을 체크해 보았다.


치근 충전 후 방사선 사진 오더를 내렸는데 다른 분이 방사선을 찍고 계셨다. 환자분 옆에 있던 치과위생사는 아무런 말없이 환자분 옆에 마냥 서있다. 내가 환자라면 지금 옆에 있는 치과위생사가 원장의 오더를 알아 들었는가 의심을 하며 불안해 할 것이다. 그때 치과위생사가 “다른 분이 사진을 찍고 계시니 2분만 기다리세요”라고 하였다면 환자분은 기다리는 2분이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으리라. 또한 방사선 사진을 찍고서 환자분이 다시 체어에 앉으셨다. 더 황당한 상황은 담당 치과위생사말 “진료 끝났는데요?”


진료실 상황을 보면서 본 치과 또한 응급실의 상황처럼 너무나 많이 환자분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행상황에 대해 몇마디 설명만 드리면 되는데….


환자분은 원장인 나에게 그리고 근무하는 직원분에게 “입뒀다 뭐하요!” 라고 외치고 싶을 것이다.


박병기
대덕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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