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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9번째)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옷

Relay Essay
제1789번째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옷


“잠깐만요!”
 출근하는 나를 아내가 문 앞에서 불러 세웠다. 깨끗하게 세탁한 진료가운을 내게 주기 위해서였다. 자주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내가 주일학교 교사를 할 때의 일이 생각났다. 


 그날은, 아이들이 하도 깔깔대며 웃느라고 예배드리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였다. 오직 한 아이, 성호만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드디어 울기 시작했다. 주일학교 교사들은 웃는 아이들을 말려 겨우 예배를 시작했고 나는 우는 성호를 달래 옆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하마터면 나도 웃을 뻔했다.


 세상에 성호의 옷 입은 꼴이라니! 옷이 너무 커서 옷을 입었다기보다는 천을 몸에 둘렀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았다. 거기다가 그 옷이라는 게 몹시 닳아 있었고 얼룩이 져서 언뜻 보면 넝마조각과 흡사했다.


 “이게 누구 옷이니?” 내가 물었다.
 “아빠 거요”성호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런데 왜 그걸 입고 왔어?”
 “선생님이 지난 주일날 교회 올 때는 제일 깨끗한 옷을 입고 와야 한다고 그러셨잖아요.”
 “그런데 이게 깨끗한 옷이니?” 나는 의아했다.
 “네,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옷이래요” 성호는 갑자기 자신만만해 졌다.
 “누가 그랬어?”
 “우리 엄마가요. 우리 엄마가 매일 우리 아빠 작업복을 빨거든요. 우리 아빠는 작은 공장을 하세요. 그래서 옷이 금방 더러워져서 엄마가 매일 빨아주고 나는 엄마 옆에서 그 모습을 매일 지켜보는데, 어느 날 엄마가 그랬어요.”
 “뭐라고?”
 “‘성호야, 이 옷이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옷이란다. 아빠는 이 옷을 입고 매일매일 우리 가족을 위해 열심히 그리고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더 정직하게 일을 하시거든,’ 이라구요.”
 “아!”


 나는 그때 성호의 이 말에 너무 감동하여 한참 동안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걸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내가 싸 준 내 진료가운을 가슴에 꼭 안으며 이런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과연 내 아내도 우리 아이들에게 이 옷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옷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또 나처럼 유니폼을 입고 일을 하시는 판사, 검사, 경찰, 군인, 소방관, 목사님의 사모님 중에 감히 이런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분이 몇 분이나 계실까?’


안계복
안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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