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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0번째) DOWNGRADE…

Relay Essay
제1790번째

 

DOWNGRADE…


이번에 그동안 타던 외제 승용차를 팔고, 국산 디젤차로 바꾸었다.


외제차는 고장 나기 시작하여 몇번 수리를 하니 금새 수리비가 국산 소형차 값이 나온다.


그래서 헐값에 팔았는데 팔고나니 속이 다 후련하다. 대용으로, 국산 SUV 디젤차를 샀는데 A/S 좋고, 연비 좋고, 운전석이 높아 운전 중 시야가 좋아 매우 맘에 든다.


하긴 평소에 나는 BMW( bus,metro, walking)를 타고 다니니 별로 차가 필요 없는데, 어쨌든 차를 downgrade시키니 마음 편하고 좋다.


그동안 모든 면에서 나를 upgrade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대학에서 대학원으로, 차도 점점 큰 차로, 집도 점점 큰집으로 늘리고, 병원도 점점 규모를 늘리며 확장하고, 사회적으로도 지역 치과의사회의 이사에서, 부회장, 회장으로 고교 동창회장, 서울치대 동창회 부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을 두 번이나 하고 한때는 나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치협 회장을 하려고 선거판에 잠시 참여한 적도 있다. 모든 면에서 사회적으로 더 성공하고 명예도 더 추구하고 돈도 더 벌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던 나에게 인생의 downgrade의 묘미를 알려준 것은 나의 취미였던 오디오 생활이다.


끝없이 좋은 소리를 추구하여 앰프, 스피커 등을 수도 없이 바꾸고 심지어 진공관 앰프, 스피커 등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며 좋은 소리를 찾아 오랜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없었고 귀가 점점 예민하여지니 오히려 불만만 늘어났다.


아무리 좋은 오디오를 사도 좋은 소리에 대한 점점 높아지는 나의 욕구를 충족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어 소리에 대한 나의 욕구를 낮추었다.


나중에는 싸구려 라디오의 음악소리도 만족할 수 있게 되어, 요즘 소형 구식 진공관 라디오로 음악을 듣는다.


그리하여 그동안 사놓았던 모든 고급 오디오를 다 치워버리고, 매우 험블한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오디오 쟁이들 표현으로 하면 오디오에 도통하여 오디오 downgrade를 한 것이다.


이 오디오 downgrade를 교훈으로 나는 인생의 모든 것을 downgrade시키려고 한다.


병원 수입도 줄이고, 대신 지출도 줄이고, 차도 줄이고, 아파트 평수도 줄이고(하긴 두 노인네만 남았으니), 또한 그동안 명예를 추구하여 맡았던 모든 직책도 대부분 사퇴하여 후배들에게 양보하고 있다.


집의 가장자리도 이미 처에게 양보했고, 치과원장 자리도 조만간 같이 근무하는 후배 의사에게 양보할 계획이다.


그 밖에 모든 사회적인 지위와 명예와 심지어 골프핸디캡, 바둑급수까지도 모두 downgrade시킬 계획인데, 이것이 나이 먹어가는 나에게 어울리는 것 같고 모든 면에서 나를 점점 편안하게 만든다.


어차피 죽을 때는 누구나 빈손으로 간다니, 미리 모든 것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김재영
전 치협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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