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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1번째) 20대 마지막에 떠난 캄보디아 여행

Relay Essay
제1791번째

 

20대 마지막에 떠난 캄보디아 여행


건기가 반 우기가 반이라는데 알고 보니 아주 더울 때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앙코르 문명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캄보디아라는 나라에 대해 더 많이 느끼고 왔다. 혼자 하는 여행은 외로운 만큼 여행지에 기대고 관찰하는 마음이 커진다.


가난한 나라 캄보디아.


주로 이용하는 교통 수단은 오토바이, 자전거 등이고 아직 도로에 차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이동할 때 평균 속력을 보니 20~30킬로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교통 신호도 딱히 없고, 중앙선이라는 개념도 없고, 보행 신호등은 3박 4일 동안 본 적이 없다. 도로 위에 그려진 횡단보도가 고마울 뿐이었다. 나 같은 사람이 신호가 없는 길을 건너려니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오토바이가 무용지물인데 이곳 사람들은 그 더운데 헬멧까지 쓰고 잘 다닌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여자들도 상당히 많고, 한 오토바이에 2명은 기본, 온 가족이 타고 다니는 것도 봤다. 캄보디아의 모습은 이렇게 복잡한 거리 풍경으로 남아있다.


생각지도 못한 캄보디아에 대한 깊은 인상은 조금이나마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현지 가이드 덕분 이기도 했다. 캄보디아 학교 사정에서부터 일 년의 반은 농사를 짓고, 반은 너무 더워 다른 소일거리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 캄보디아 종교, 정치 이야기까지 글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기억에 남는 생생한 설명들이었다. 동방신기 뮤직비디오를 좋아한다는 24살 현지 가이드는 여행하는 동안 만나는 유일한 나의 친구이기도 했다.


여행 마지막 날.


무거운 짐만 맡겨둔 채로 호텔을 나섰다. 가기 전에 캄보디아 동네나 좀 돌아 볼 생각이었는데, 어찌나 덥던지 걷기 시작 한지 10분도 안돼서 후회하기 시작했다. 땡볕에 고생 고생하며 걷다가 아주 익숙한 간판을 발견했다. ‘Dental clinic’ 어찌나 반가운지 한참을 서성이 다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Can I take a photo?’  어색한 몸짓과 생활 영어로 나의 마음을 충분히 전달하고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이것저것 많이 붙어있는 대기실. 약간 옛날 냄새가 나지만 정겹다. 데스크도 보이고, 대기실 의자에, 책이 쌓여있는 테이블.


여자분이 의자에 앉아 계시다가 나를 맞아 주셨는데, Are you dentist? 라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하시고 ‘나는 치과위생사예요’ 라는 말은 못 알아들으신다. 캄보디아에는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이 없을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개인치과에는 치과의사만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와 검색을 해봐도 캄보디아 치과위생사에 대해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진료실 문을 열어 사진을 찍게 해주셨는데 책에서 보던 옛날 unit & chair다. 색깔하며 모양새하며 그래도 방 형식으로 된 시스템이라니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Chair light 켜줄까요? 하셔서 아니라고 했다. 덴티스트는 오늘 파티에 가셨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치과를 둘러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캄보디아의 생활 수준과 함께 치과 진료실의 모습을 보고 나니 문득 나는 큰 노력 없이 좋은 조건에서 생활하고 있구나 싶었다. 태어날 때 나라를 고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나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덤으로 주어진 행운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나와 나의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은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보람이다. 혼자 하는 여행은 언제나 외롭겠지만 그만큼 얻을 것들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현지에서 말을 섞고 조금이라도 인연이 생긴 사람들이 그립지만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사진 한 장 없이 그냥 가는 것이 아쉬워서 결국 내 사진을 찍어 달라며 카메라를 아이에게 내밀었다. 정말 환하게 웃으면서 좋아한다. ‘사진 좀 찍어줄래?’ 어렵지도 않은 말 진작 물어 볼 것을 하는 아쉬움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그 아이의 기억 속에도 사진처럼 그때의 한 순간이 남아있을 것 같다.

  

 박수진
 미소를 만드는 치과의원 치과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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