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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3번째) 탈북 강아지

Relay Essay
제1793번째


탈북 강아지


우선 제목부터가 신기하다.
탈북 강아지라 하면 강아지가 북한을 탈출해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것 아닌가? 요새 탈북한 새터민이 2만5천명이 넘는다고 하니 그 중에는 사람 뿐 아니라 강아지며 돼지며 송아지도 올 법도 하다.
그래도 그렇지 한 사람이 탈북하는데 엄청난 큰 돈이 들고, 목숨을 걸다시피 해 탈북을 한다는데 세상물정 하나도 모르고 돈 한 푼 없는 맹랑한 강아지가 탈북을 했다니 이해가 안가고 의아스럽다.
이 기이한 이야기는 이러하다.
동해안 어느 한적한 마을에 일가족 한 무리가 남쪽으로 탈출을 하기 위해 여러 날을 노심초사하며 날을 잡아가고 있었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칠흑 같이 깜깜한 밤이다. 행여 들킬까 봐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정해진 해변가로 갔다. 대 절명의 순간이다. 잘못되면 온 식구가 몰살을 당할 판이다.
그 순간 어디선가 킹킹킹 하는 강아지 우는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 그쪽을 보니 ‘멍구’란 놈이 숨죽이고 살살 기면서 쫓아오고 있다.
모두 돌을 던지며 ‘멍구’란 놈을 쫓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멍구’는 막무가내다. 좀 뒤로 갔다가 다시 오고 하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시간이 없는데 무작정 ‘멍구’와 싱갱이 할 겨를이 없다.
그렇다고 ‘멍구’를 데려갈 처지도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멍구’란 놈이 왕왕왕 짖기라도 할라치면 탈북은 수포로 돌아가고, 모든 식구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멍구’의 모습이 너무 애절하다. 자기 혼자만 남겨두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듯하다.
‘멍구’의 모습이 탈출구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몸부림치는 것 같다.
이건 주인이 자기를 버리는 것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삶의 본능과 생의 직감이 뒤엉켜 만들어 낸 몸부림의 곤죽이다.
‘멍구’도 산목숨인데 매정하게 버리고 우리만 살려고 탈북을 한다는 게 마음 한 구석을 뜨겁게 지진다.
그래, 너도 살자는데 어떻게 남겨두고 가겠니? 같이 가자!이렇게 하여 ‘멍구’와 식구들은 탈북 배를 타고 동해상을 통해 탈출을 하였단다. 탈북과정에서 신기한 것은 ‘멍구’가 한 번도 짖지를 않고 쥐 죽은 듯이 있었다는 거다. 많은 이가 ‘멍구’가 참 영특한 놈이라 했다. 사실 내가 하나원 분원에서 ‘멍구’를 보았을 때 ‘멍구’는 단지 평범한 한국 토종 똥개였다.
또 ‘멍구’를 데리고 온 식구들에게도 칭찬이 자자하다. 식구 같던 ‘멍구’를 저버리지 않은 따듯한 마음을 알아주는 거다. 이 이야기를 통해 각박한 순간에 마음의 정을 보인 식구들의 훈훈한 마음 씀씀이가 좋고, 아무리 짐승이라도 자기 삶의 예지와 성찰이 있다는 게 새롭다.
이처럼 칭찬과 똑똑함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또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긴박하고 힘든 상황에서 짐이 되는 개를 챙길 겨를이 어디 있겠어?
이는 기르던 개를 아껴서가 아니라 또 다른 이유가 있지.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는 모두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거 아니겠어?
짖는 것도 두려웠겠지만 만약의 경우 비상식량도 생각 했을 거야.
막상 짖으면 더더욱 좋은 비상식량이지.
맞아, 바다에서 정처 없이 떠다니게 되면 개는 좋은 비상식량이지.
이렇게 해서 ‘멍구’는 간데없이 비상식량이 되고 말았다. 거기에는 훈훈한 마음 씀씀이도 없고 ‘멍구’의 삶의 예지나 성찰도 없이 똥개의 비상식량뿐이었다. 나는 탈북 제1호 강아지를 보면서 사정이 어떠했던 간에 비상식량으로의 ‘멍구’보다는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멍구’이었으면 좋겠다.


신덕재
중앙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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