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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4번째) 겨울 풍경화 속의 거리와 추억

Relay Essay
제1794번째

 

겨울 풍경화 속의 거리와 추억


퇴근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의 손길은 빨라지지만 치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리의 풍경이 어느 때보다 스산해 보인다. 가을이구나 싶었는데 벌써 겨울을 재촉하는 겨울비가 내리고 동지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시계바늘이 6시를 넘자 거리의 가로등 불빛이 켜지고 벌써 어두워졌다.


겨울비가 내려서 나무에 매달렸던 단풍들은 힘없이 떨어지고 더욱 거리의 풍경은 을씨년스럽다. 바쁘게 살고 나이가 한살 한살 먹다 보니 계절이 바뀌는 것을 입고 있는 옷 두께로 알아차릴 정도로 감성이 메말랐다는 걸 오늘 문득 느꼈다. 아름다운 옛 추억까지 잊어버리고 산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오랜만에 겨울비 내리는 거리를 창문을 통해 바라보니 가슴 속에 묻어둔 메마른 감성이 다시 살아나는 것일까? 평소 같으면 무심히 창문 밖을 보고 하던 일을 계속 했을텐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좀 감성적이고 싶은 때다.


라디오 DJ가 내 마음을 알고 있었는지 겨울을 알리는 노래를 연달아 들려준다. 겨울 노래다. 크리스마스 캐롤, 유명한 팝부터 가요들이다. 피곤하지만 커피라도 여유롭게 마시면 딱 좋겠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분위기 있는 선율과 함께 잠시 과거 겨울에만 느낄 수 있었던 추억 여행을 떠난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아버지가 퇴근 후 항상 사오셨던 군고구마를 애타게 기다리던 기억, 함박눈이 내려 동네 친구들과 눈싸움하던 기억, 거슬러 올라가 친구와 오는 눈을 창가에서 바라보며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얘기꽃을 피웠던 기억, 스키장에서 넘어지면서 스키를 아찔하게 타던 기억 등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는 삶에 대한 아무런 걱정도 없었고, 그저 그런 겨울을 느끼는 것이 좋았다.


지금은 어느 새 눈이 많이 오면 다음날 교통 체증을 고민해야 하는 감성 보다는 이성을 갖고 됐고, 겨울 추위에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이 됐다. 가끔씩 어릴 때의 순수한 감성을 느끼고 싶지만 바쁜 삶을 살아가는 생활인이라는 핑계로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듯싶다.


문득 우리 애들도 나와 비슷한 나이가 됐을 때 나와 같은 감성이 젖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인해 삶을 충전할 수 있으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으리라.


거창한 기억보다는 가족과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소하고 아름다운 추억 뭐가 있을까?


결정했다. 오늘은 퇴근하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외식을 하러 가야겠다. 그냥 일상적인 식사가 아닌 가족과 함께 있어 을씨년스럽지 않은 겨울 거리 풍경을 바라보며 따뜻한 이야기 꽃을 피우는 시간.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서로 생각해 보고 부모와 자식으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우리 아이에게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머리 속을 채우는 소중한 기억의 한 페이지가 되지 않을까?


홍문수 
푸른치과의원 치과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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