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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9번째) 나의 신경치료 답사기

Relay Essay
제1799번째

 

나의 신경치료 답사기


 오복 중 하나라는 치아 건강의 복이 없었던 나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치과 출입이 잦았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와 술래잡기를 하다가 넘어져 앞니가 빠져서 치과에 간 적도 있고, 대학생이 된 후에는 충치 치료로 집안 기둥을 두어개 뽑기도 하였다.


 앞니가 반쯤 빠져서 피가 뚝뚝 흐를 때도 나는 눈물을 꾹 참고 직접 치아를 도로 집어넣는 용기를 발휘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지만 그 때부터 치과의사가 될 피가 흐르고 있었나 보다. 다음 날 교정치료 중이던 병원을 찾아갔더니 교정 선생님이 나에게 연산동에 있는 병원에 가서 신경치료를 받고 오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시키는 것이니 먼 곳까지 수 차례 가서 신경치료를 받고 왔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왜 나를 다른 병원에 보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보존과를 전공한 선생님께 신경치료를 의뢰했던 것 같다. 어린 내 기억 속에 남은 신경치료는 바늘 같이 생긴 걸로 치아를 몇 번 쑤시기를 반복, 그리고 물 빨아들이는 시끄러운 소리가 몇 번 났던 것 같다.


 치과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치과보존과라는 과에서 신경치료와 수복치료를 전문적으로 배운다고 하길래 나는 그리 쉬운 (기구로 몇 번 쑤시고 씻어내기만 하면 되는) 신경치료를 무슨 3년이나 배울 것이 있겠냐 싶었다.


 학생시절 보존과 선생님을 어시스트하면서 그러한 나의 생각은 조금씩 깨졌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어금니 신경치료를 하는 보존과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신경치료가 쉬운 치료가 아니구나 하는 걸 느낌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개인병원에서 일하는 선배들에게도 가장 하기 힘든 치료 중 하나가 신경치료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기 때문에 치과대학을 졸업한 나는 인턴과정을 거쳐 보존과 전공의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신경치료 첫 날… 치아에 구멍을 뚫는데…


 이게 이게 쉬운 게 아니었다. 손가락보다도 작은 치아에서 조금만 방향이 잘못되어도 엉뚱한 곳을 뚫어서 피가 퐁퐁 날 것을 생각하니 두려워서 선뜻 구멍을 뚫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름이 0.1~0.2mm도 안 되는 신경관 입구를 찾는 것 또한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태어나서 해본 일 중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좁고 구불구불 구부러진 신경관을 겨우겨우 기구로 넓히고 소독 후 약을 넣은 뒤 신경치료 첫 날 치료는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신경치료 둘째 날.


소독을 하는데 환자의 신경관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다. 그런 경우 소독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하는데, 환자는 빨리 마무리 해달라고 성화다. 분명 치료 시작 전에 적어도 3~4번의 내원 횟수가 필요하다고 여러 번 설명드렸는데, 그 사이 마음이 바뀌셨나 보다. 환자분에게 재차 설명하고 소독하고 마무리 하였지만, 환자분은 그 조그만 신경 죽이는 게 뭐가 그리 어렵고 왜 그렇게 오래 걸리냐고 하신다. 그 말씀을 들었을 때, 정말 울고 싶었다. 작디 작은 치아에서 또 작은 구멍을 내어 그 속에 박혀 있는 점같은 신경관을 찾아서 치료하는 보존과 의사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말씀이었다. 하지만 눈물을 꾹 참고, 환자분의 증상이 없고 신경관이 깨끗해져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다시 설명드렸다.


나의 첫 신경치료 답사기는 여기까지다. 지금도 첫 신경치료 경험을 떠올리면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른다. 이제는 익숙해진 신경치료도 매 번 할 때마다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따금 긴장감이 풀어질 때면 첫 환자의 아찔함을 떠올려 본다.

  

김은하
부산대치과병원 보존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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