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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4번째) 치과의사의 행복론

Relay Essay
제1804번째


치과의사의 행복론


요즘들어 점점 웃음을 잃어가는 회원들이 늘어가는 것 같다.


날로 악화되는 개원환경 속에서 뭉크의 절규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처럼 보일즈음이면 젊어서 꿈꿔왔던 치과의사의 보장된 미래와 행복은 이미 온데 간데가 없다.


사석에서 자신을 일용직 노동자에 빗대어 좌절과 절망적 심경을 토로하는 회원을 대할 때면 나도 함께 겪고 있는 어려움이긴 하지만 회무를 맡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자식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만큼이나 자괴감이 엄습한다.


회무를 통해 회원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당연히 계속되어져야할 과제이지만 이와 더불어 자칫 삶의 부정적 단면에 매달려 절망적 심정으로 허무의 늪에 빠져 살아가고 있을지 모를 동료들과 가치있는 삶과 행복에 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고 자문했을때 “네” 라고 자신 있게 당장은 대답하진 못한다 하더라도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허상을 좇아 헤매지 않고 진정한 행복에 근접하리라 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2500년전에 행복을 정의할때 “탁월성에 따른 이성의 활동”, “자신의 고유기능을 최고로 잘 발휘한 상태”라고 했다. 물질문명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고찰은 시공을 초월하여 과거에서 배울 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즉 치과의사로서 행복해지려면 치과의사로서의 직업적 탁월성, 그리고 치과의사의 고유기능을 최고로 잘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지나치게 빈한하면 행복에 이를 수가 없기에 적당한 경제력은 필요하다.


통상 우리 현대인들은 오감(五感)을 즐겁게 하고 필요와 욕구가 충족되면 행복하다고 느끼고 살지 않은가.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살고 있지 않은가. 


직업적 탁월성은 뛰어난 임상 능력과 더불어 상황변화에 따라 최적의 해법을 찾아내는 능력, 즉 실천적 지혜를 가짐을 뜻한다. 성격적으로는 중용, 절제, 용기, 관대함을 갖추어야 한다.


치과의사의 고유기능(국민의 구강건강을 책임지는 일)을 잘 발휘할 생각은 없고 낮은 수가로 환자를 현혹하여 오로지 돈벌이만 추구하는 일부 동료들을 접할 때 그들이 과연 행복할까 물어보고 싶어진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진료하다보면 돈도 따라오고 성공도 따라오는 것이지 돈을 좇아서는 부자는 될지언정 결코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는 없다.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과정중심의 삶을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물론 행복해지기 위해서 직업적 탁월성에 따라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여가와 휴식 그리고 놀이도 중요한 활동이다. 그러나 휴식과 놀이는 일과 여가를 잘 즐기기 위한 보조수단일뿐 지나쳐서는 안된다. 숙취나 수면부족을 가져올 정도의 놀이(잡기)가 진료에 지장을 준다면 행복 치의에 역행하는 것이다.


잡기에 능하면 성공하기가 힘들다. 평범한 두뇌와 보통의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잡기에 능하면서도 성공한 예는 드물다.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으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은 그의 자서전 ‘지루한 사람과는 어울리지 마라’에서 집착의 대상은 두 가지도 많다고 하면서 몰입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선배 치과의사들 중에 개업에 크게 성공한 뒤 다른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사례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그릇됨이 있다. 작은 동네 치과지만 알차게 잘 운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형 치과병원이 자신의 그릇됨에 맞는 경우도 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너 자신의 그릇됨을 알라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직업적 탁월성을 위해 늘 임상 술기 연마에 정진하며 본업에 충실한 치과의사, 작지만 강한 치과가 미래 행복 치의로 가는 모델이 아닐까 생각한다.


계사년 새해에는 행복 치의가 하나 둘 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용식
연 치과의원 원장
서울지부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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