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811번째
행복한 선택 (상)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때때로 선택을 해야 되는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특정한 전환점이나 분기점에서 우리가 갖는 선택은 매우 어렵고도 중요한 것이다.
한번 발길을 들여놓고 곧장 한길로 달리다보면 출발점에서 멀어지기 마련이고 다시는 돌아오기 어려운 먼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선택에 따른 여정(旅程)을 따라 운명적인 삶을 살기 마련이다.
산을 오르다보면 수 없이 분기점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그 때마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망설이게 된다. 갈림길의 선택에 따라 산을 오르고 내리는 방향이 사방으로 다르다. 산행 자체도 갈림길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맛이 다르다. 등산로를 따라서 그 주변의 자연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들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기 마련이다. 웅장한 바위와 빽빽(密密)한 숲과, 허허(虛虛)한 벌판, 서로 다른 나무들의 군락,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능선….
눈에 보이는 대 자연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가슴에 쌓이는 천지기운도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장차 어떤 사람이 될까하고 자기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어렸을 때는 대통령에서부터 군인, 선생님, 의사…등 여러 가지 희망을 얘기하곤 한다. 특히 대학 진학을 앞두고 담임선생님과 상담은 물론 장래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고 진로에 대한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혹자는 무조건 네임밸류를 좇아가기도 하고 혹자는 유명대학은 아니더라도 전공을 찾아 자기 성적에 맞추어 진학하기도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대한 취미가 있어서 장차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성장했다. 화가가 되면 배가 고프다는 주위의 만류로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바꾸었고 또 한 번 바뀌어 치과의사란 선택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어느 화가부인의 수필을 읽었다. “화가 부인은 화가 친구 분들한테 항상 미안하다”는 제목이었다. 화가들은 그림을 팔아서 생활을 해야 하는데 개인전을 하다보면 그림을 사주는 사람이 대부분 친구라는 것이다. 개인전을 할 때 마다 사주었던 사람이 또 사주고 또 사주어야하니 정말 미안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한 화가의 그림을 갖고 있는데 또 사야하는 사람의 입장도 이해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치과대학 본과 3학년 때 또 한 번의 방황을 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을 때는 이 직업을 갖고 먹고 살 수 있을까? 이 아픈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걱정도 많이 했다. 치과치료를 가지고 입지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차라리 사업을 해보자고 작정을 하고 명동에 사무실을 내어 공영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해본적도 있다. 나일론 테이프를 파는 사업으로 양화점이나 가발회사에 납품하는 일로 영업이 엄청 힘들었다. 당시 원내 생 이었던 내 락카에 상품이 가득 차 있어서 동기들은 나를 괴짜라고 불렀다.
어느 날 저녁 서울 변두리 공장을 영업하느라고 헤매다가 다리가 무척 아프고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종로5가쯤인가에서 무심코 서있는데 어느 2층 치과의원에 불이 켜지고 의사 가운이 펄럭이는 것을 보았다. 옳다. 저 직업이 편안하고 좋은 거다. 마음을 비우자. 저렇게 좋은 것을 왜 마다하고 힘든 길로 가려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치의학 전공에 열심히 매진하자고 마음을 바꾸었다.
<다음호에 계속>
유태영
유태영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