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814번째
자신의 가치관으로 행복하길…
…나는 바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된 회의주의에 물든 사람들도 나 못지않게 천치들이다. 내 어리석음을 버리고 그들의 어리석음을 따라야 할 이유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 밀란 쿤데라, “농담” -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꿔놓았다는 말은 사실 믿기 힘들다. 책의 힘이 위대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못하기에. 위의 인용구 역시 내 인생을 바꿔 놓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하고, 이제껏 살아온 삶에 대한 해명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일생, 정말 한 번의 삶이다. 만약 두 번, 세 번의 삶이 있다면 나의 어리석음을 그들의 어리석음과 비교하여 보다 현명하게 바꿔 볼 만할까?
그러나 한 번의 삶이기에 조금은 다르고 가끔씩은 틀려도 나의 어리석음을 따르려 한다. ‘어차피 한번 살 거’라는 식의 허무주의가 아니다. ‘기왕 한 번 살 거라면’ 타인의 눈에는 무모하고 어리석게 보여도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풍요롭게’가 아닌 ‘풍부하게’다. 지나 온 날들에 내가 풍부해지려 애썼던 몇몇 흔적을 들자면, 지금 진료실 업무와 동시에 치과 상담용 어플리케이션 ‘덴탈아이클리닉’과 관련한 회사 일을 하고 있는 것이 그러하고, 호주에서 지낼 때 찍은 사진으로 포토에세이 ‘청춘 멜버른…’을 출간했던 것이 그러하다.
또 철학, 역사, 미술, 경제에 대해 언제까지나 문외한이고 싶지 않아 결성한 인문학 스터디와, 다른 언어를 배우고 다양한 책을 읽으려는 노력과 의지 역시 삶이 조금 더 풍부해지는 일이라 믿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특별하다. 한 때는 특이하다는 말이 지독한 스트레스였던 내게, ‘특이’가 ‘특별’로 내 안에서 글자 한 음절이 바뀌어 재해석되기까지 유순하기만한 시간이 흘렀던 것은 아니다.
뭐 삶이란 게 그럴 게다. 사소한 차이를 깨우치기까지 끝없이 바닥으로 떨어져봐야 한다는 것. 어쨌든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특별하다. 그렇게 상이한 사람들 모두가 하나의 가치인 물질만을 좇는 것은 물질만이 진리인 듯 인식시키는 사회병리이자, 특정 소수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결코 들어갈 수도 없게 룰을 짜놓은 후 ‘부러우면 너희들도 합류하라’는 식으로 내던진 구조적 모순이다.
리그 안에 있는 그들도, 또 그들을 좇아 리그 안에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도 밀란 쿤데라가 말하는 속된 회의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다면 차라리 각자 나름대로 어리석으면 안 될까?
남들의 집, 차, 옷, 가방을 비교하여 비롯된 가치보다는 각자 자기 안으로부터 가치관을 정립할 수는 없을까? 그것이 어리석은 구석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의 어리석음과 그들의 어리석음을 맞바꿀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시간의 본질은 먼 훗날 커다란 무언가로 보상받기 위해 지금을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의 감정을 만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순간 즐거우려면 내가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잘 알아야 하고,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랑새’는 가까이에 있는데 많은 사람들은 타인과 비교하느라 ‘파랑새’를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남들처럼’, ‘남들 하는 만큼’과 같은 비교를 거부하고 내면으로부터 기틀을 쌓아올린 자신의 가치관으로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노지은
포승중앙치과의원 치과위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