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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7번째) 그땐 그랬지

Relay Essay
제1817번째

 

그땐 그랬지


3월 초. 길고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길목에 서 있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출근할 때 두꺼운 외투며, 목도리며, 장갑이며 돌돌 싸매고 밖을 나서던 기억이 나지만 지금은 장갑조차 좀 답답함을 느낄 정도며, 한낮의 햇살이 비추면 일광욕을 하고 싶을 정도로 제법 따뜻하다.


난 원래 겨울을 좋아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초겨울 저녁의 분위기 있는 풍경을 좋아한다. 초겨울 저녁에 가로등 켜진 동네 길목을 바라보며 알싸하게 다가오는 찬바람의 느낌이 그렇게 상쾌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했던가? 칼바람 부는 겨울이 싫어지기 시작하면서 이젠 좀 따뜻한 햇살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이번 겨울은 “추운 거 나도 알아요. 그런데 추워도 너~~무 추워!” 


문득 다가오는 봄을 생각하니 어릴 적 멋모르고 산과 들을 선머슴마냥 뛰어 놀던 기억이 문득 스쳐 지나간다. 지금은 변두리나 시골을 가도 예전과는 다르게 자연을 벗 삼아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나기 참 어렵지만 30년 전만 해도 서울 도심지 말고 지방 변두리에는 논과 밭을 흔하게 볼 수 있었고 그곳이 바로 우리들의 낙원이자 놀이터였다.


아침에 밥을 먹고 나가면 또래 친구들과 뛰어 놀다 저녁노을이 뉘엿뉘엿 깔릴 즈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항상 뭔가 내손에 들려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떤 용도에도 쓸 수 없는 그야말로 잡동사니였지만 그때는 집에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해서 주워 온 것들 이였다고 기억된다.


어떤 날은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는 말에 친구들과 함께 논두렁을 이 잡듯이 뒤지면서 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곤 하지만 그때는 개구리가 눈에 띄면 손으로 바로 잡아서 그물에 넣고 집으로 가져와 키운다고 했던 것 같다. 개구리도 그랬지만 메뚜기나 여치 같은 곤충들도 많았고, 방학 때마다 하는 곤충채집도 하나의 좋은 자연과의 교류였던 것 같다. 또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셀 수 없을 정도로 하늘을 수놓고 있는 별을 세곤했으며, 어머니한테 “저 별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려?”라는 그 당시 궁금했을 법한 질문을 쏟아내곤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어린 세대들은 이 같은 나름의 낭만과 추억을 느끼기 쉽지 않을 듯하다. 30년 전과 비교해 보면 이 같은 환경을 만나려면 시골로 가야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지천에 널렸던 개구리나 메뚜기 따위의 곤충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존재가 됐고, 예전의 자연 환경을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다소 척박한 환경이 돼 버렸다.


요즘에 살고 있는 어린 아이들은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좋은 기억들 대신에 학원과 집을 쳇바퀴 돌 듯 오가며 공부만 하던 기억 또는 인터넷 게임과 오락으로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 아쉬울 따름이다.


송경희
조광덴탈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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