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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4번째) 서른, 직장 생활 4년차의 ‘데자뷰’

Relay Essay
제1824번째

 

서른, 직장 생활 4년차의 ‘데자뷰’


세상에는 크게 나눠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가르치기를 좋아하고 그것을 잘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배우기를 좋아하고 그것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양쪽 다 잘하는 사람이 있고 양쪽 다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충 처음에 말한 두 가지로 꼽힌다. 나는 그 두 가지 중 어느 쪽이냐 하면 배우기를 좋아하지만 가르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학창 시절에 놀기만 했기 때문인지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원래 나라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찾아내서 의식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배운 것을 이런 저런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었다.


치과위생사로 사무직에서 임상으로 옮긴지 이제 4년째 되어간다. 나이는 서른, 6년차 치과위생사가 되었다. 처음 병원에 입사했을 때는 나이는 많고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 훌륭한 원장님들과 사람 좋고 배울 점 많은 선배님들 만나 일에 대해 조금은 익숙해져갔다. 그렇게 이제 병원에서 중간연차가 되어 선배보다 후배가 많아졌다.


지난해 초 내가 근무하는 치과에 신입 직원을 구했다. 무려 나보다 6살 어린 동생들이다. 처음엔 마냥 후배가 생겨서 좋았고 귀여웠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신입 직원에게 더욱 많은 것을 바라게 되고 섭섭하다 느끼는 점도 생겼다.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땐 현재의 신입 직원들보다 더 잘했을 것 같고 더 나았을 것 같았다.


문득 벌써 10년이 흐른 대학교 시절이 생각이 난다. 


“너희들이 2학년 되어 봐라.”


서울에서 살다가 원주라는 낯선 곳에 떨어져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학생활이라는 것을 하면서 한참 정신없는 1학년 때, 적응할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 어리벙벙하던 내가 1학년 때 2학년 선배들이 했던 얘기다. 1학년 때는 멋모르고 지냈지만 2학년이 되면 100m 밖에 걷고 있는 후배가 들어오고 그들이 선배를 못 알아보거나 인사를 안 하면 섭섭해진다는 것이다.


그 당시엔 ‘이 선배들 참 소심하구나. 그런 걸로 섭섭해 하다니….’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웬걸.


단지 1년이 지나 2학년이 되었을 뿐인데 나 또한 정말 그랬다. 저 멀리서 가는 후배가 눈에 들어오고 우리끼리 “쟤 우리 과 아니니? 우리 못 알아보네. 쳇 진짜 좀 섭섭하다”며 눈을 흘겼고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희 밥 사주세요!” 하며 안기는 후배들이 좋았다.


고대 이집트, 소크라테스 시절에도 있었다는 명언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지방에서 처음 서울로 올라와 자취를 시작한 후배들. 사회라는 곳에 처음 들어와서 매일 아침 정확한 시간에 출근을 하고 일을 하는 후배들이 새로 적응해야 할 일들은 너무나 많았을 것이다.


‘내 선배들도 나를 보고 나이도 많은데 스케일링 한지도 2년이 넘은 나를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가르쳤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후배들을 본다.


때가 되면 다 하겠지, 너무 압박하면 더 힘들어 하겠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가능하면 칭찬해주자. 그렇게 1년이 훌쩍 지나고 며칠 전 2년차 후배 한명이 내게 말했다.


“쌤! 저희도 1년 전에 저랬어요? 아니죠?”,  “1년차 친구들 들어오니까 제 자신이 살짝 해이해졌다는 걸 느꼈어요. 열심히 할게요!”


역시 나는 배우는 것 보다 가르치는 데 더 소질이 있었다. 물론 후배 스스로가 한 뼘 더 성장한 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권혜리

약수연세치과의원 치과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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