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827번째
그래도 지켜져야 한다
엊그제 치의신보를 읽다가 “첫 발 내 딛는 젊은 치의들의 고충” 이라는 수필을 읽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지금은 한창 수련을 마치는 제자들이나 군대를 마치는 제자들이 사회 일선에 나아가는 시기이다. 또, 얼마나 많은 제자들이 취업자리를 찾느라 개원자리를 찾느라 마음고생을 해야 할까. 머리 좋기로는 요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똑똑한 우리의 후배들이 막상 사회일선에 나와서 겪어야 하는 좌절이 상대적으로 좋은 시대를 살아온 기성치과인으로서 미안할 따름이다. 자연치아아끼기운동을 하면서 가끔씩 칼럼을 통해 의료인의 윤리와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 이야기 하곤 했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이 당장 취업자리를 찾아야 하고 힘들게 클리닉을 유지해야 하는 젊은 치과의사들에 얼마나 멀게 느껴질까 자문해 본다.
며칠 전, 오래전에 졸업한 제자 부부가 찾아왔다. 10년 가까운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얼마 전에 개원을 했다고 한다. 열심히만 하면 되겠지 하는 꿈만 가지고 왔지만 우리나라의 개원현실이 녹녹할 리가 없다. 그래도 정성을 가지고 원칙대로만 하면 언젠가는 환자가 알아주겠죠 하는 말이 대견스러울 뿐이다. 그렇다. 아무리 개원현실이 어려워도 큰 욕심 안내고 원칙대로 정직하게만 하면 분명히 환자들은 알아주고 환자들 한사람 한사람이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이것은 개원을 한 사람 뿐만 아니라 페이닥터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다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이다.
얼마전에 신문에서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장의 칼럼을 읽고 참 신선하다 느꼈다. 우리나라 신생 벤처기업이 성공할 확률이 3% 이하라는데, 성공하는 창업 기업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기술과 자금이 아니라 올바른 기업관 이라는 것이다. 창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바쳐 일해 주어야 하는데, 본질적으로 계산적 존재인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게 하려면 사장이 돈을 벌지만 그냥 버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직원들에게 제대로 가치를 창출해 주는 대가로 벌겠다는 생각을 보여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분은 강단에서 담론적인 강의나 하는 원칙론자가 아니라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에 경영 컨설팅을 해주고 임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실물적 경영전문가이지만, 기업은 정직해야 하고 그러한 정직이 고객들과의 신뢰를 쌓아가고 이러한 신뢰가 돈을 벌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늘 역설하는 분이다. 경영 하면 어찌됐든 수입증대를 지고의 선으로 삼아야 하고, 기업과 정직은 함께 가기 어렵다고만 생각되는 필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늘 우리 학생들에게 치과의사의 일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대개 치과치료는 큰 시스템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치과의사 개인과 환자 개인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그만큼 환자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쌓아나가기도 좋은 직업이다. 나한테 찾아오는 환자들 하나하나에게 정직하고 그들의 작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기쁨을 찾는다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행복한 치과의사의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돌이켜보면 언제 어렵지 않은 시절이 있었던가. 지금의 현실이 어렵더라도 우리의 후배들이 큰 욕심내지 말고 작은 일에서 충실 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언제부터인가 치과계에 불어 닥친 경영의 바람이 자칫 경영은 돈을 버는 것이라는 1차방정식으로 오인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윤창출을 최대의 덕목으로 삼는다는 기업에도 정직이 필요한데 하물며 사람을 다루는 치과의사에게 정직은 얼마나 귀중할 것인가. 아무리 누가 뭐래도 이것은 지켜져야 한다.
이승종
연세치대 보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