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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1번째) 아버지에게 배우는 눈높이 소통

Relay Essay
제1831번째

 

아버지에게 배우는 눈높이 소통

  

요즘의 나는 아버지의 환갑 준비로 매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친척어른들을 모시고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이지만 대식구라 모이는 인원이 50~60명 정도 되는데다 집안의 막내인 아버지가 형님, 누님들에게 불편을 줘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확고한 일념을 보이신 덕분에 이것저것 따질 것이 많다보니 장소를 정하기부터 쉽지 않은 탓이다.


아버지가 제시한 조건은 이러했다.
1. 손님들이 주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
2. 시간 제약을 받으며 쫓기듯 식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3. 조카 손주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어야 한다.


‘주차장이 넓은 곳을 알아보면 되겠다. 시간은 예약을 할 때 넉넉하게 잡으면 될 것 같고, 아이들은 뭐든 잘 먹잖아! 간단한데?’


인터넷으로 평이 좋은 뷔페와 한정식 집을 알아본 뒤 전주에 계신 아버지께 연락을 드렸다.


“대우빌딩에 있는 뷔페는 룸이 있어 좋다하고, 전북대 사거리에 있는 한정식 집도 음식 맛이 괜찮다고 하고….”


그때부터 아버지의 잔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토요일 점심인데 시내에 있는 뷔페나 한정식 집에서 우리 식구들 대라고 주차장을 따로 빼주진 않을 것 아니냐, 나이 많은 형님들이 접시 들고 줄을 서서 음식을 가져와야 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 웨딩이라도 잡혀있으면 뷔페는 특히 더 번잡스럽지 않느냐, 한정식집도 맛있는 반찬 좀 더 달라고 하면 눈치가 보인다. 지난번에도 한정식 집에서 모임이 있었는데 코스요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늦게 온 사람 자리에 음식을 쌓아두더라.


전주에서 열리는 환갑잔치를 서울에서 인터넷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한계가 있어 지난 주말엔 전주에 내려가 시내부터 외곽까지 넉넉하게 앉아 식사를 하고 주차공간도 넓은 장소를 알아보았다. 뷔페나 한정식은 이미 퇴자를 맞았으니 전골종류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결국 아버지가 고른 곳은 닭, 오리, 삼겹살 등의 메뉴가 있는 외곽의 어느 허름한 가든 이었다.


“아빠, 여긴 너무 폼이 안 나잖아요. 그리고 환갑에 삼겹살은 너무 생뚱맞잖아. 어른들은 고지식해서 나한테 뭐라고 할 거야. 돈 없어서 이런 곳에서 했냐고.”


그제야 투덜대는 내 어깨를 다독이시며 당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시는 아버지.


“주인 아줌마가 이틀 전에만 얘기하면 무슨 요리든 다 준비해 주신 다잖니. 저런 마인드면 손님들이 음식을 더 달라고 귀찮게 해도 친절하게 잘 대해 주실 거다. 주차장도 널찍해서 멀리서 오는 사람이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하루 종일 써도 괜찮다고 했으니 늦게 온 사람은 눈치 보며 식사할 필요 없고. 아이들이 고기 먹고 싶어 하면 한쪽에 삼겹살 구워주면 좋을 것 같은데. 한 상에 몇 만원씩 하면서 먹잘 것 없는 한정식보다 축하하러 와주시는 손님들이 배불리 먹고 두 손 무겁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선물을 준비 하는 게 아빠 입장에선 더 뿌듯할 것 같구나.”


요즘의 치과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중심 소프트웨어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고객만족을 위해 고객행복팀을 운영하기도 하고 환자가 치과에서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서비스를 개선하고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가 치과를 찾는 모든 환자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을까? 내가 하루에 50명의 환자가 내원하는 치과에 근무하고 있다면 그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 환자중심이라고 외치면서 예약시간에 늦은 환자에게 냉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아닌지…’


‘환자에 대한 이해와 사랑, 우리 치과 환자가 내 가족이라면…’ 이라는 조건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모두가 항상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내 가족에게 어떤 고민이 있고 어떤 일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는지조차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처럼.


장자(莊子)의 글에는 바닷새를 죽인 노(魯)나라 임금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노(魯)나라 임금이 바닷새를 종묘 안으로 데려와 술을 권하고 음악을 연주해주고 소·돼지·양을 잡아 대접했으나, 새는 어리둥절해하고 슬퍼할 뿐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채 사흘 만에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좋은 대우라도 상대방의 니즈를 고려하지 않은 소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어떤 특성과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 그에 맞는 소통전략을 펴야 한다.


본인의 체면보다는 자신의 환갑을 축하하러 와줄 가족들을 더욱 배려하고,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식사하는 사람 하나 없이 모두 배불리, 맛있게 먹이고 싶다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오늘도 참된 가르침을 배운다.

  

김보라 
마이덴티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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