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835번째

난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 정말로?

당신은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하는가?
사실 나는 자부 ‘했었다’. 굳이 과거형으로 ‘했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나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고, 상식있게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던 그 자부심이 와르르 무너졌기 때문이다.
대체 ‘상식적인 사람’이라는 것이 무엇이관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상식이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투닥거리면서 우리가 상식이 있네 없네 따지는 것은 추측하건대 옳다, 그르다 사리 분별하는 그 기준이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의 기준에 부합한다 아니다에 대한 얘기가 아닐까.
그런데 그렇다 해도 애매하고 찝찝한 것이 그 상식이란 것의 기준, 즉 사리 분별의 기준이 참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구강관리용품전시실은 치과대학병원에 내원한 환자들에게 다양한 구강관리용품들을 소개하고 안내해, 개개인에 맞는 구강관리용품들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더불어 판매도 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종종 고객들과 실랑이가 일어나기도 한다(환자들과의 어쩔 수 없는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마 일반 병의원들도 마찬가지일 터).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구매한 상품들을 가지고 와 불만을 터뜨리고 환불과 교환을 원하는 고객들 대부분이(더불어 매장에 와서 병원과 치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환자 대부분이) 나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고 나의 불만은 지극히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상식적인 것이라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그 중 상당수는 어째 나의 상식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고민이 들 수밖에. ‘내가 더 상식적이다, 네가 더 상식적이다’를 따지기 이전에 과연 상식이라는 게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되는 것이다(정말 상식이 있는 것이라면 왜 이렇게 명쾌하지가 않을까).

결국, 깨달은 것은 상식이란 놈이 있긴 있으되 ‘단지 나의 상식과 너의 상식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군, 나도 당신도 상식적인 사람이나 단지 그 상식이란 놈이 조금 생김새가 다른 것뿐이로군.

여전히 한달 하면 서너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상식이란 놈으로 무장을 하고 내 앞에 선다. 물론, 나 역시 나의 상식을 옆에 끼고 고객들과 마주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아, 이사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사람이군’ 싶어 틀리다 라고 말해주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면, 이제는 ‘아, 이사람의 상식으로는 화가 나고 불편한가 보군’ 하고 옳고 그름의 판단대신 어쩔 수 없는 상식의 차이를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물론 그러니 포기하고 고객의 요구를 받아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나의 상식을 이해시키고, 그의 상식을 바꾸어놓을 것인가, 아니면 둘 다의 상식이 통하는 범위 내에서 타협할 것인가는 차후의 문제일 것이다).

요즘에는 다른 곳에 가더라도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되냐, 와~ 정말 상식 없는 사람이네, 나는 정말 상식적인 사람인데 라는 말은 아예 꺼내지 않는다. 대신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라고 목소리를 낮출 뿐이다.

이쯤 해서 다시 한번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하는가?
어쩌면 당신도 혼란스러워할지도~ 내가 아는 그 상식이가 ‘상식’이가 맞나? 아닐 수도 있다. 적어도 분명한 것은 당신이 아는 그 상식이가 내가 아는 그 ‘상식’이는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이주선
㈜휴네스 팀장